유은실, 『순례주택』의 서평
유은실 작가의 책 『순례주택』은 수림이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속에서 자본주의의 문제, 자녀 양육 문제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다양한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순례 주택의 건물주 순례 씨를 통해 ‘좋은 어른이란 누구인가’에 대해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소설 속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아파트촌에 있는 원더 그랜디움에 살던 수림이네 가족은 수림이 할아버지의 투자 실패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순례 주택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 곳은 수림이 엄마가 집값이 더디게 오르는 이유라며 투덜대던 바로 그 빌라촌에 위치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순례 씨의 배려로 순례 주택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가족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평한다. 게다가 수림이 아빠는 여전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누나(수림이 고모)의 도움으로 상황을 벗어나길 바라며 지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림이만이 현실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수림이는 순례 주택에 들어오기로 한 날부터 순례 씨에게 줄자를 빌려 방의 크기를 재어 들일 수 있는 물건과 팔아야 할 물건을 구분한다. 그리고 실의에 빠진 가족들을 어르고 달래어 일을 진행시킨다. 이러한 모습에서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스러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순례 씨는 어른의 기준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p53)
수림이가 순례 씨에게 빌려 사용하는 줄자는 단순한 도구로써의 가치를 넘어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따른 실제적인 행동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는 ‘어른다움’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순례 씨에겐 크고 튼튼한 줄자가 있다. 문득 줄자가 ‘어른다움’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p58)
이 책에는 p53이나 p58 이외에도, ‘어른다움’과 나아가 ‘좋은 어른이란 누구인가’에 대해서 순례 씨의 가치관을 통해 깊이 성찰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순례 씨도 행복하게 살아야 해. 1군들 때문에 속 끓이지 마.”
“걱정마. 내줄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야. 감사해.”(p99)
여기서 1군이란 수림이를 제외한 수림이네 가족을 의미한다. 그 중 수림이 엄마는 순례 씨를 ‘때밀이 아줌마’, 수림이 할아버지의 ‘동거녀’라 부르며 무례하게 대한다. 하지만 순례 씨는 수림이 가족들에게 내줄 공간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순례 씨는 자기 힘으로 살아가며, 편견 없이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는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덧붙여, 아파트촌과 빌라촌을 대비시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잘 드러낸 이 책은 청소년들이 쉽게 사회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자녀에게 주기만 하는 양육 방식’의 문제점이 잘 나타나 있어 부모의 양육방식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한다. 부모로서는 자녀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양육 태도인지 고민해 볼 수 있다. 한편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사랑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순례주택』은 여러 입장에서 다양한 생각 거리를 제공하며, 특히 좋은 어른이란 누구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어른과 청소년 모두에게 적합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