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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곰 Jun 11. 2024

어떻게 살까

서른이 넘어도 여전히 어렵기만 한 질문

-법륜스님의 강연을 듣고 든 생각

  

    스물다섯만 넘어도 그럴 거 같았고, 하물며 서른이 넘으면 진짜 뭔가 알 줄 알았다.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뭔가 지금보다는 조금 확실한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을 줄 았았다. 복잡한 머릿속과 마음속 하루하루 겨우 버티며 살지는 않아도 되는 걸로 믿었다.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이미 다 해봐서 쉬운 것도 많아지는 게 나이가 드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에 안정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데 서른 살이 이미 넘었다. 이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앞날을 걱정할 때면 엄마는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아. 네가 원하는 그 정도는 큰 욕심도 아닌데.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돼. 너무 걱정 안 해도 그만큼은 다 살아져." 하셨다. 그리고 화면 속 법륜스님도 '도대체 풀을 열정적으로 뜯는 소가 어디에 있더냐.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을 때 뭐 그렇게 되게 열정적으로 모으더냐. 그냥 하는 거지.' 하신다. 


    그렇단다. 진짜 그럴까. 믿음이 가긴 가는데 그래도 또 걱정이 된다. 적당히 그냥 아끼고 써야 될 곳에만 쓰면서 남한테 피해 안 주면서 가족들 좀 챙기면서 소소하게 그렇게 사는 게 진짜 그렇게 어려울까?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일하면서 쫓아오는 사람들을 이겨내고 남들과 비교해 가며 꼭 '누구보다 잘해야만' 겨우 얻어지는 그런 것이 행복일까? 


    모르겠다.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엄마도 법륜스님도 내내 말씀하시는데도 계속 걱정을 하는 내가 문제라는 건 알겠다. 마음공부를 해야지. 누구 탓할 것 없이 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니 그런 것이려니. 나이만 든다고 마음이 편해지고 나이만 든다고 뭘 알게 되고 쉬워지고 편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만, 썩 신나는 깨달음은 아닌 것 같다. 예측도 안되고 설명도 안 되는 갑작스러운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니 나에게도 내일이 없을 수 있다는 조금 극단적인 생각을 하며 사는데,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매일 얼마쯤은 꼬박꼬박 머리가 아프다는 게 참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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