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도 반짝이던 때가 있었는데…
매일 조금씩 나이가 들고 있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너무 약을 많이 먹고 있어서 생기는 일시적 증상인가?-어제 세어보니 이 약 저 약 합쳐서 자기 전에 먹는 약만 무려 열 알이 넘더라…-
그래도 아는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면 그 사람에게 대신 기억을 시키면 된다.
"아 그거 있잖아 그거, 너랑 나랑 그때 거기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했던 거. 아 그거 엄청 재밌었는데. 갑자기 뭐라 부르는지 단어가 기억이 안 나네. 그거 이름이 뭐지?"
이런 식으로.
그러면 열 번에 여덟아홉 번은 상대방이 내 엉성한 묘사를 듣고도 그 단어를 정확하게 떠올려 준다. 그런데 함께 공유한 경험이 없는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이런 방법은 쓸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쓰는 방법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 다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검색해서 최종 단어 또는 그 내용을 알아내는 것이다. 꽤 성공률은 높지만 문제는 대화 중간에 핸드폰을 꺼내 상대를 기다리게 하니 대화의 흐름이란 것이 뚝뚝 끊긴다는 것.
어떻게 해야 이 현상이 심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그럴 방법이 있기나 할까 싶다.
더 자주 읽으면 도움이 되려나.
더 많이 써서 기억해 보면 도움이 되려나.
생각이 미처 닿지도 못했던 높은 수준의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점점 살기 편해진다는데, 나는 어려운 일이 너무 많다. 그리고 빛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젠 지인과 만나서 대화를 이어가다 “저는 지금이 다시 빛나려는 시기인 거 같아요. 50대가 저한테는 그런 시기가 될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다. 반짝이는 눈빛에 그 설렘이 내게도 전해졌다. 듣고 있자니 어떤 슬픈 날에 내가 남편에게 울면서 하던 말이 생각났다. “곰돌아, 나도 분명 반짝이던 때가 있었는데…”
그분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말씀을 드리니 지금의 나도 충분히 반짝이고 예쁘다고 말씀해 주셨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더 반짝이는 날도 또 올 테니 힘내라고. 나는 점점 빛을 잃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오래 알지도 못한 사람의 말들이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나처럼 빛을 잃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같은 말을 하며 위로를 건네고 싶다. 빛을 잃지 않았다고. 지금도 반짝이고 있으니 힘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