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 네이버 밴드에서 뜬금없이
자신의 전라사진을 찍어서
한번 하는게 소원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형사처벌을 위해 경찰서에 가서 진술까지 하고 돌아왔다.
그리곤 이틀뒤에 무엇때문인지 급성위장염에
걸려 하루종일 토하고, 설사해서 물도 마시지 못 한채
이틀을 앓아 누웠다.
지난주, 친한 친구들과 인문학 모임의 자리에서
친구 한 명이 나에게
"너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구나.
00 글을 읽으면 와~싶은데 니 글은 읽을 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다."
그 말을 들은 직후엔 아무런 대꾸도 안 했지만
며칠간 정말 속상하고, 밤새 올라오는 분노가 조절이 안 되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나 지켜봤다.
그리고 또 이틀뒤에 평소에 있지도 않던
생리통으로 꼬박 이틀을 앓아누웠다.
그로기에 빠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주 간격으로 나에게 뒷통수를 내려치는 듯한
일들이 몇가지 일어났다.
성범죄에 있어서는
예전과 다르게 잘 맞섰고,
친구와의 대화에서 그 순간 어쩌지 못했지만
예전 같았다면 자괴감에 빠졌을텐데
자책하지 않고,
잘 돌아보고 감정을 잘 보내려 노력했다.
쉽진 않다.
늘 그렇듯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아픔에 힘들어하곤 한다.
분명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또 분노의 감정이 나타나면
다시 속곤 한다.
그리곤 늘 몸이 아프다.
그런데 이번엔 아프다 낫는 과정에서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경험을 했다.
전에는 감정의 구렁텅이에 들어갔다 나오면
너덜너덜 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잘 겪고,
아픔이 올라오면 그냥 잘 쉬었더니
완전한 이완이 된 듯이
온 몸에 힘이 쭉 빠져있게 됐다.
"나를 이루는 상황은 이래야 해,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대해줘야 해,
난 이걸 하고 싶어"
이런 긴장된 욕망들이 사라진 상태같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평온하게 기분이 좋다.
잔잔하게 행복하다.
기분이 참 좋다.
매미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도,
등에 선풍기 바람이 스치는 것도,
집안일을 끝내고 일하러 의자에 푸욱 앉아서
한 숨 깊이 내쉬는 것도,
좋다.
문득,
원도 한도 없이 신나게 놀고 젊음을 불 사질렀던
남미여행의 끝자락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올 때 생각이 난다.
그랬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정말 그랬다.
차라리 그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비행기가 태평양에 추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비행기는 추락하지 않았다.
여전히 건강히 살아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 때 비행기가 추락했다면 이렇게 "배부른 예술가"가 되겠단 깨달음으로
콘텐츠를 배울 일도,
계속 춤을 출 일도 없이
나는 무로 돌아갔겠지.
아직 지구별에서 해야할 일이 남았나?
남미를 다녀오고 나는 때로 내게 그런 질문을 한다.
뭘 더 이룰게 남았나? 더 욕망할게 남았나?
무언가 이룰것도, 꼭 갖고싶다 욕망할 것도,
이젠 그닥 중요하지 않아졌는데
내게 주어진 일이 남았나?
모르겠지만,
늘 무지에 쫓겨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아왔다면
그게 진짜 삶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이제는
진짜 나를 알고, 삶을 살아야한다.
나름 1/4세기를 살며 평생 꿈이었던
"남미여행"을 이뤘다 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진짜 삶을 사는 것은 평생 해나가야할 일이 아닐까?
지금처럼 이렇게 디지털 성범죄를 겪나,
공공연한 자리에서 친구가 날 판단 비교 하는 말을 듣나,
난 지금 이순간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삶은 매순간 새로이 선택하고, 해석하고, 훈련하는 것의
반복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