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건 고통에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어느새 갓서른
by 춤에 춤추는에세이스트 Jan 22. 2022
정말 많이 울어본 눈물 경력자로서
일반 두루마리 휴지나, 부드러운 각티슈는 눈물을 닦을 때 별로 안 좋단 팁을 전하고 싶다.
왜냐하면 울 때 곱게 눈물만 똑똑 떨어지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니까.
콧물은 기본이고, 오열하면 침까지 나오는 게
상스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다.
(애기들이 꺼이꺼이 울 때 침 안 흘리려고 애쓰지 않듯이)
코를 풀어낼 때
얇고 부드러운 재질의 티슈는 잘게 찢어지고 부서져 온갖 곳에 흩날리기 때문이다.
흡수력도 매우 떨어진다.
굳이 휴지 종류를 써야겠다면 기름을 닦아낼 때 쓰는 주방용 키친타월을 추천한다.
소재가 질겨서 코를 세게 풀어도 부서져 흩어지지 않으니..
그래서 나는 늘 손수건을 선호한다.
그 어떤 괴롭힘에도 쉽게 부서지지도 흩어지지도 않고 단단하고 질기게 그 모든 액체들을 받아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간 내가 흘린 눈물을 모두 휴지로 닦았다면
아마 한국의 숲 절반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손수건 3장의 흡수력은 거의 두루마리 휴지 절반 정도의 흡수력을 가질 수 있다.
눈물, 콧물, 침..
괴롭고 힘들 때 내 얼굴에 난 구멍에선 너 나할 것 없이 깊은 진액을 쏟아낸다
그 속엔 콤콤한 냄새가 난다.
결코 좋은 냄새는 아닐 것이다.
눈물 나게 만드는 그때 그 과거의 순간들에 충분히 애도하거나, 돌봐주지 못해
켜켜이 쌓이고 부패된 것일 테니..
그래서 눈물 콧물 침은 씻김굿이나 똑같지 않을까..
감정을 빌어 찾아와 축척된 기억을 씻어내게 하니까.
때로는 샤워 정도로, 드물게는 사우나 갔다 온 만큼
진하게 씻어내지는 순간들도 있다.
오늘도 문득 아버지 생각에
눈물로 코는 꽉 막혔는데도
왠지 내 속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맡아지는 것만 같았다.
이젠 서른이 된 내가 기꺼이 그것을 만나고, 함께 하고, 이별의 인사를 건네주었다.
갓 서른이 되고,
갓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어른이 되면 고통에 의연해지는 게 아니라
고통은 늘상 온단 걸 알고,
가능하면 오기 전에 조금이나마 짐작해서,
진통제와 손수건을 준비해둘 수는 있단 것이다.
이런 어른이자, 서른이 된 것이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