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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까지 춤췄는가?

그동안 나는 공연을 끝내고서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

늘 적당히 했다.

필요한 만큼만.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만큼만.

내가 그 이상 가본 적 없는 사람임을 들킬까 봐

일부러 그 이상 할 수 있는데

시간이 없어 준비를 못다 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콜롬비아의 오페라하우스, 그 나라에서 제일 큰 극장에서 공연할 때조차 나는 전날 밤늦게까지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보다 잠들고,

리허설 때 혼자서 스테이지로 나가는 타이밍을 못 맞춰 실수를 연발했는데 엄연히 집중력 결여였음에도 스페인어가 서툴어 못 이해했는데 외국인인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투덜대기만 했다.

늘 중간에서 그만뒀다.

나이 먹어 이젠 정말 체력으로 못 따라가려나 봐,

돈이 없어 내가 낼 수 있는 학비와 체류비는 여기까지 인가 봐,

난 애초에 장인이 못 되 얕고 넓게 경험하고 싶은 나는 한 장르만 팔 수가 없나 봐

부상 때문에 너무 아파 조금만 쉬면 또 아파와

난 몸이 약해 여기까지 인가 봐


결국 나 자신에게 되뇌었고,

결정하게 만들었던 생각들은 이런 거였다.


그렇지만.. 뭐든 뭐가 됐든

끝까지 가볼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끝을 보지 않고 늘 중간에서 멈춰 섰으면서

미련 갖고 힘들어했다.

미련이 없다면서 또 다른 춤을 추고 싶어 하고 빨리 잘 추고 싶어 했다.

난 이제 정말 춤을 끝까지 춰보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 뭐가 됐든 끝까지 가봐야 한단 걸 이제 깨달았다. 정말 내가 끝까지 했나?

모든 방법을 다 썼나? 다른 방법은 없나?

그런 질문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없다.

안 하고 싶었고 피해왔다.

이제는 피하지 않아야만 끝까지 해봐야만

내가 원하는 자리까지 이뤄볼 수 있단 걸 알았다.


그 모든 실패와 멈춰 섬 포기의 시간들에서 다 나는 깨닫고 배운 것이 있다.

그 폭넓고 다채로운 경험들을 다 살려서 나를 키워내고, 남을 돕고, 내 뒤를 따르는 이들에게 전할 것이다.


정말 창피하고 수치스러워 속으로만 생각했고

겉으로 늘 그럴듯하게 말했던 나를 이렇게

때가 되어 솔직하게 고백해본다.


나는 방관자였고 도망자였고, 무지했다고..

적당히 했고, 포기하길 좋아했다고..

그렇지만 이젠 정말 나의 모든 시도와 실패를 지지해보려 한다.


ps, 글의 영감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프라우드먼 리더 모니카님과

불특정한 사람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내 실패를

미리 지지받는 서명을 받아본 나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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