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장례식, 그 후
1월 18일에 썼던 글
by 춤에 춤추는에세이스트 Mar 2. 2022
모든 일을 손놓고 있다.
출강이나 온라인 춤수업은 커녕,
콘텐츠 하나도 못 올리겠다.
그냥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떠올릴 의지나 에너지도 없다.
그냥 하루 하루 살아있는 것을 즐기고 있다.
비꼬는게 아니고 정말 그렇다.
멀쩡하게 내 손으로 내 입으로 밥을 먹고
소화 시키고
눈과 귀가 있어 티비를 보고
멀쩡한 사지가 있어 답답하면 휘적휘적 걸어나와
바다를 보러갈 수 있다.
이 모든 휴식이 가능하도록
유급휴가가 끝난 직장인처럼 돌아가 시간맞춰 일해줘야할 직장도 없고,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보다 먼저 챙겨야할 남편/자식도 없고,
프리랜서 개인사업자이기에 내가 선택해서 일하고 쉴 수 있다는 것에
이 모든 완벽한 조건을 완전히 누리고 있다.
그것도 한창 일 많이 들어올 시즌도 아닌
1월, 가장 일이 없고 새해를 시작할 즈음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편히 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오직 나만 생각하며 쉴 수 있단 것에 정말 감사하다.
그 어떤 일도 어떻게든 책임지고 나아가야할 일이 없단 게
정말 너무 마음이 놓이고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자괴감,조급함 따위가 없는
내 생애 가장 편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아버지의 죽음이란 이유는..
그 누구도 함부로 내게 쉬라 쉬지 마라 할 이유가 아니기에.
그리고 지친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지인들의 위로와 격려에
괜찮지 않은데 그렇다고 내 마음과 똑같이
"안 괜찮아요. 안 물어보셔도 되요."라고 무뚝뚝하게 말할수도 없기에,
끊지도 못하는 전화나,
답장 해야하는 문자를 붙잡고
최대한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답변하는 것도 많이 지치고 힘든 일이다.
정작 내게 괜찮은지를 물어와줬으면 하는 친구들에겐
전화도 문자도 잘 없다..
다 각자 살기 바쁘고 그렇겠지만
나에게 전화하기 부담스러운걸까
혼자 생각하면
괜시리 서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