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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빠 안녕

아버지의 장례식, 그 후

1월 18일에 썼던 글

모든 일을 손놓고 있다.


출강이나 온라인 춤수업은 커녕,

콘텐츠 하나도 못 올리겠다.


그냥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떠올릴 의지나 에너지도 없다.


그냥 하루 하루 살아있는 것을 즐기고 있다.

비꼬는게 아니고 정말 그렇다.




멀쩡하게 내 손으로 내 입으로 밥을 먹고

소화 시키고

눈과 귀가 있어 티비를 보고

멀쩡한 사지가 있어 답답하면 휘적휘적 걸어나와

바다를 보러갈 수 있다.


이 모든 휴식이 가능하도록

유급휴가가 끝난 직장인처럼 돌아가 시간맞춰 일해줘야할 직장도 없고,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보다 먼저 챙겨야할 남편/자식도 없고,

프리랜서 개인사업자이기에 내가 선택해서 일하고 쉴 수 있다는 것에


이 모든 완벽한 조건을 완전히 누리고 있다.




그것도 한창 일 많이 들어올 시즌도 아닌

1월, 가장 일이 없고 새해를 시작할 즈음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편히 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오직 나만 생각하며 쉴 수 있단 것에 정말 감사하다.

그 어떤 일도 어떻게든 책임지고 나아가야할 일이 없단 게

정말 너무 마음이 놓이고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자괴감,조급함 따위가 없는

내 생애 가장 편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아버지의 죽음이란 이유는..

그 누구도 함부로 내게 쉬라 쉬지 마라 할 이유가 아니기에.




그리고 지친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지인들의 위로와 격려에

괜찮지 않은데 그렇다고 내 마음과 똑같이

"안 괜찮아요. 안 물어보셔도 되요."라고 무뚝뚝하게 말할수도 없기에,


끊지도 못하는 전화나,

답장 해야하는 문자를 붙잡고

최대한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답변하는 것도 많이 지치고 힘든 일이다.


정작 내게 괜찮은지를 물어와줬으면 하는 친구들에겐

전화도 문자도 잘 없다..

다 각자 살기 바쁘고 그렇겠지만

나에게 전화하기 부담스러운걸까

혼자 생각하면

괜시리 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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