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젝트는 정말 찐이야

2월 21일에 나에게 쓴 편지


내가 정말 끝장나는 일을 벌이려 해

이번건 정말 아주 맘에 드는 짓이 될거야


내 짧지않은 생을 돌아보니까

사람이 정말 자기 길 딱 걸어가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있더라구

근데 돈이 주가 되서 따라가다 보면

꼭 누군가,

다른 사람의 그림속에 들어가게 되


그게 내 그림은 아니란 말이지..

존나 자존심 상하지 않냐

사람이 자기 쪼가 있어야지 말이야


이젠 뭘해도 누군가의 그림속으로, 프레임으로

휩쓸려 들어가선 안되

그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일지라도

그 안에 나만의 분명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임하지 않으면 계속 휩쓸리고 괴로워진다는 거야.


그니까 난 니가 부동산 투자를 해도 상관없고,

그동안 해왔던 춤이란 예술분야를 갑자기 바꿔도 상관없고,

작년에 하던 댄스강사 일을 이어서 해도 상관없어.

지금 어떤 일이건 하기 싫다 좋다를

따지고 재는 게 아니거든.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너"의 중심을 찾는 것에

시간이든, 돈이든 기울여서 쏟아봤으면

너란 사람을 찾는 것을 더 도전하고 시도했으면 좋겠어.


걱정되는 건

투자를 하면 또 돈버는 것에 휩쓸리게 되고,

작년에 하던 일을 하면 또 돈 버는 것에

필수불가결하게 쏟아야하는 시간들이 있잖아.


나는 니가 당연히 쏟아야할 그 시간에 집중하기 보단,

정신없이 무언가에 흘러가지 말고

너의 중심에서 너란 사람을 안 채로

투자도 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꿈도 꿨으면 좋겠다는 거야.


너는 너의 꿈을 그리고 만들어야지.

누군가의 꿈에 편협되지 않았으면 해.


더 가장 나다울 수 있는게 뭘까?

그걸 확장하고, 깨뜨리고, 넓혀보면 어떨까

난 지금 거기에 내 시간과 돈을 쏟을 마음이 있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예를 들면 싱어송라이팅도 해보고,

연기학원도 다니고 오디션도 봐보고,

여행도 좀 더 다니고,

더 자기 쪼대로 자기 삘대로

사는 걸 포기하지 않은 예술인들 중에

성공하고 이름을 알린 케이스들도 찾아보면서 말야.


벌써부터 널 정의하고

꿈을 정의하고

그렇게 흘러가기엔

너무나 부자연스럽고 숨막히잖아?


그러니 좀더 풀어놓고 흘러가보자.

어디로 갈지 정해놓은 항해를 하지 말자.

난 지금 니가 키를 내려놓고 그냥 흐름에 몸을

맡겼으면 좋겠어.


특별히 색깔이 정해진 어딘가에

너를 구겨넣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이렇게 반복해보면 어때~


넌 분명 너만의 길을 갈거야.

겁나 멋있을거고,


누구보다 힘있게 빠른 속도로 나아갈 수 도 있는 애야

그런 힘이 너에게 다 있는데

지금은 경로를 명확히 설정할 수 없는 시기,

그랬다간 또 가능성이 다 절단될 수 있는 시기같이 느껴져.

그러니 더 도전해보자. 더 흐트러보자.


이제 길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조금은 명확해지는 것 같지?




올초에 나는 나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6개월이 지나 문득 업로드 안 하고

저장해놓은 글을

둘러보다 가물가물해진 이 글을 발견했다.


글 속의 막연한 확신이 가득한 수덕이는

6개월 뒤 지금 어떻게 됐을까?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돈과 꿈 사이에

시간관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어려워한다.


생각만큼 그렇게 빠르게 "나다움"이란게

찾아지지 않는단 걸 알았다.

하지만 빨리 알지 않는게 당연하고,

나를 찾고 길을 가는게 아니라

길을 가다보니 나를 조금씩 알게 된단 걸

알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디지털 노마드는 환경이 바뀌면 어떻게 일에 집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