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는 환경이 바뀌면 어떻게 일에 집중할까?

프리랜서 1인 사업가이기에

월차의 개념도 휴가의 개념도 없다.


내가 나 자신에게

휴가를 주면 그게 휴가고,

방학을 주면 그게 방학이다.

모든 게 내 자유!!


그래서 업무의 효율이 완전히 떨어지는 것도 내 책임..


제주에 사시는 엄마 덕분에

여름휴가는 꼭 제주에 와서

신나게 바다 수영하고,

공연이나 페스티벌 일정이 남아있다면 신나게 놀고 싶었다.


난 ENFP고,

댄서고,

사람과 노는 걸 좋아하니까.



그런데 막상 와보니

웬걸..

서울의 일정을 피해서 오려니 여름이 끝나가서

바닷물은 차고..


나보다 더 외향적이고, 24시간 에너지 넘치는

파워 ENFP인 엄마의 집은

단 하루도 손님이 없는 날이 없고

엄마와 결이 같은 손님들은 모두 사람이 좋고 대화하길 좋아하는 분들이다.

하하핳


집 구조 자체도 혼자서 조용히 업무에

집중할만한 공간 분리가 되어있지 않다.




20년 넘게 시골에서 농사짓고 자란 소녀는

언제 이렇게 서울 여자가 다 됐는지

모기 몇 마리 외에 파리 1마리도 겪어 본 지 오래라

엄마의 집안에 대왕 사이즈

여치, 사마귀, 바퀴벌레, 나방, 벌들이

출몰하자 기겁.. 까진 아니지만

굉장히 불편하고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

마을 안쪽 집도 아니고

홀로 자연 속에 뚝 떨어진 엄마 집은

사방이 초원과 나무로 둘러싸여

정말 아름답다.

잔디밭이 펼쳐진 마당도 정말 넓고,

동그랗게 만들어놓으신 엄마의 텃밭도

너무 예쁘고 좋아 다 좋긴 한데


온갖 풀벌레가 적당히 우는 정도가 아니라

어찌나 데시벨이 높은지

밤에 가만히

명상을 하거나 누워있으면

수면에 방해가 될 정도다..

(왜 이래 서울에선 온갖 공사 소음과 오토바이 자동차 소리로 괴로웠잖아ㅜㅜ

시골이 그리웠잖아!!)


나방아 널 어떻게 밖으로 보내줘야 할까.. 창문열었다간 더많은 곤충이 유입될것같은데


엄마 집 주변으론 조용히 앉아있을만한 카페도 없고,

카페까지 나가려고 버스를 타기엔 버스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혼자있을 숙소를 구하기엔 돈이 너무 아쉬운 처지다.


말인즉슨,

제주에 온 닷새째

제대로 나만의 모닝 루틴(리추얼)도 못하고,

에세이 콘텐츠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늘 반복해온 루틴이 무너지니

여행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마냥 즐겁고 싶었는데..




이게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의 현실이다.


여행을 가면 시간이 가는 게 마냥 아쉬울

직장인과는 다른

홀로 수익창출을 해내야만 먹고살 수 있는

프리랜서의 삶.


그래서 쉬어도 할 일을 끝내지 않으면

마냥 마음이 놓이지 않고,

할 일이 있고 내가 쓸모 있는 행위를 하고 나서

남은 시간에 쉬어야 마음이 놓이는 부류.


근데 그 "남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딱히 모르겠어서

일, 휴식, 일상의 경계선이 모호한 이들.


물론 슈퍼일잘러 프리랜서는

루티너리 하게 자신의 일상에서 일할 시간 딱 하고,

업무량을 딱 어느 정도 끝내고,

나머지 시간에 가족과 친구 애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만..


난 아직

일은 일대로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내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업무량과 강도 측정이 잘 안 된다.

휴식은 휴식대로 진짜 기똥차게 신나게 놀고 싶은데

그 놀이가 하루 이틀 이상이 되면 맘 편하게 놀지 못한다.


그래서 3일 이상 떠나는 여행은

중심을 잡기 참 어렵고 난감해진다.


일과 일상의 균형이 잘 잡혔다 싶으면

여러 변수 앞에 무너지고,

무너졌다 싶으면 또다시 이리저리 핸들을 돌려가며

내게 맞는 루틴을 찾아가는

나는 3년 차 프리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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