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에 대한 사유

나에게 돈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땅을 소유하고, 자본을 소유하고 싶은가?


얼떨결에 떠나온 제주여행에서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느낀다.


배낭을 메고 올레길을 뚜벅뚜벅 걸으며,

자연을 음미하고 25,000원 짜리

게스트하우스에서 도미토리를 묶는 것에

돈쓰는 것도 부들부들 아까워하던..

식비가 드는 것도 아까워 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소세지로 끼니를 떼우던..

어쩌다 편의점도 마땅히 못 찾으면

문연 식당에 들어가 7,000원짜리 밥을

먹는 것조차 돈아까워하던 불과 1,2년전의 나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는 시선에서

이제 몇번 임장을 가본 것 뿐이지만

서울은 동네마다 분명하게

이미 정비가 끝난 럭셔리한 부자동네,

이제 정비가 끝난지 얼마 안 된 신도시,

아직 오래된 빌라,상가가 즐비한 동네

동네마다 분위기가 나뉘지만


이 곳 제주는

정말 거대 자본의 향연과 그렇지 못한 곳의

격차가 그저 걸어서 1km 정도의 거리에

즐비하게 널려있다.


운치있게 밤바다를 보고싶어

숙소에 배낭을 벗어두고 나온 길거리엔

도시에 오래 살아서인지

너무 당연해진 가로등불이 꺼진 길이 많았다.

올레길은 더더욱이나

좁은 데크길 양옆으로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게

희미한 손전등 불빛너머로

으슥하고 공포스럽기 그지 없었다.

괜히 10년전 범인을 잡지 못하고 미제사건으로 끝난

제주올레길살인사건이 떠올랐다.

그 당시 19살이었던 나도 올레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늘 많은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여성이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현실은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낙천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그런 상황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을지 그걸


공공화장실을 써야할 때,

조금 저렴한 숙소에 묶을 때마다

혹시 카메라가 없나 늘 신경쓰인다.


난 여성이고,

무예 고수도 아니고,

무술의 고수가 되기 보단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안전한 환경에

머무르는게 차라리 훨씬 빠르게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었단 것이다.


늘 걸어오다 보니까 당연하고 익숙했던..

춥고 어둡고 척박한 길..

그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올때

더이상 돈없이 소박한 삶을 좋아하기엔

내가 너무 멀리왔단걸 느꼈다.

그런 삶을 체험할 순 있지만

그렇게 살 순 없다.


2022.03.29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올해 프로젝트는 정말 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