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스타트업에 다니게 된 이유

올 한해 춤수업을 참 많이도 쉬었다.


왠지 모를 마음의 거부감 때문에..

그냥 왠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부동산 공부에 몰두했다가

배우가 되고 싶어 연기수업을 듣곤 했다.

그러다 어물쩍 9개월이란 시간을 보냈다.

내가 충분히 잘 하고,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춤"이란 부분에 있어서

한없이 나태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 순간 내가 해야할 이 삶의 역할에

무책임하단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지도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받길 원하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받으려 해도

사람들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줄이나 알아야

사랑받을텐데..

세상에 시선을 끌만한,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냥 내 깨달음 에세이, 내 춤영상 계속

올리면 사람들이 언젠가 알아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콘텐츠를 2년 넘게 하고 나니

이제 좀 마음을 열고 생각하게 된게,

인정받고 사랑받으려 해도
내가 먼저 사랑해야한다.
내가 먼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줘야한다.


라고 깨닫게 됐다.


그러고선 다시 춤수업을 열려고

강의제안서도 만들고, 여기저기 연락을 하는 와중에

스타트업을 다니는 친구에게 제안이 왔다.

당장 돈 버는 일이 없으면

그 회사에서 단기 파트타이머를 구하니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응! 좋아 할게!

예전 같았으면 춤수업으로 다시 돈 벌려고 마음먹었으니

그런 풀타임 일은 시간과 에너지 많이 써야해서

춤에 방해된다며 거절했을 것이다.

(실제로 다른 일 2가지를 병행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하게 된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도 퇴근길에 집에 돌아오며..

가난한 예술가로 살아온 지난 7년을 돌아보며

어떻게 버텼지? 싶으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배부른 예술가 되기 가능하긴 한가?

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늘 돈이 되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

그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희망하지만

한쪽으로 쏠렸다

다시 반대쪽으로 쏠리며

계속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게 당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정하고 보니 여러가지

내 선택에 대한 여러가지 장점이 떠올랐다.


1,

한동안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하며 보냈으니,

지금은 돈이 되는 일을 하는 시간이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올해를 통틀어 돈을 번 시간을 일자로 합치면

한달이 채 안된다.

(남은 시간동안 춤을 배웠고, 콘텐츠를 만들었고,

투자공부를 했기에 절대 논 것은 아니지만..)


2,

한동안 돈버는 활동을 너무 오래 쉬어서

다시 부지런함, 긴장감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3,

무엇보다 이젠 더이상

일의 대소를 가리지 않으려 한다.

돈이 필요하면 돈을 번다.

돈을 모은다.

돈 되는 일은 기회가 닿으면 뭐든 한다!

춤을 춘 사람이란 자존심 다 내려놓고,

당장 춤으로 여기저기 말하고 제안을 해도

스타트업에서 한달간 풀타임으로 일한것만큼

당장 돈을 못 벌것같다면

오케이. 돈 더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하자!

싶었다.


4,

지금 세계경제가 심상치 않다.

금리가 마구 오르고 있고,

하락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황금기회는 상승장이 아니라

하락장에 있다는 걸 투자공부를 하며

배웠다.

그러니 지금 최대한 시드머니를 불려야하는

시기란 판단이 들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최대한 돈을

많이 모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최소한 그동안 열심히 모아놓은

시드머니를 까먹어선 안된다!


5,

스타트업에서 추진력있게 사업을 성장시키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

오늘 그 한달의 첫 출근날이었는데

마침 매주 화요일 회의를 하는데 참석해

플랫폼을 운영하는 전반적인 흐름들을

들을 수 있었다.

"슬랙"이라는 협업툴 활용법도 배웠다.


6,

내가 1인 기업을 하려고 해도

판매관리, 고객관리, 마케팅, 경영철학, 비전수립 모든 것들을

다 해야하는데 혼자서 그 모든것들을

수립하고 실천할 때 참 버거워지고

나태해질 때가 많았다.


약 20명 남짓의 개발자, 비즈니스 맨, 각 사업개발 기술자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키우겠다고

달라붙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그들을 보고 그들의 말을 들으며,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참 많은 걸 배운다.




5년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풀타임 근무..

9 to 6 출퇴근 강남행 지옥철을 뚫고

그렇게 나는

스타트업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함께 한국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며,

가난을 탈피해서 자유롭게 예술하

마음껏 연애하는데 시간을 몽땅 쓸

그 날을 꿈꾸는

스타트업종사 N년차 배우 백배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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