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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온 거겠지?

워킹 홀리데이 1일차

크리스마스까지 알바를 하고 나서

이틀 만에 정신없이 준비하고

공항에서까 정신없이 떠나온 여행..

도착하고서는 내가 진짜 바르셀로나에 온 게 맞는지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일단 몸이 너무 피곤한 것도 있겠지만..

그냥 내가 발을 딛고 선 이곳이 진짜

한국에서 24시간의 비행을 하고

10,000km가 떨어진 곳이 맞는지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닐지..

꿈에서 깨면 원래 살던 내 서울집에서

눈을 뜨는 건 아닐지,

여기가 한국인지 스페인인지

뭐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시내를 보고, 바닷가를 걷고,

항구에 정박된 수많은 요트를 보고도

아무런 감도 오지 않는 와중에..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의

반가운 인사들이 나를 조금은

안심하게 해준다.



공항에 도착하고서부터

유심도 없고, 데이터도 없는 채로

와이파이로 잠시 친구가 보내준

주소를 확인한 뒤,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지하철 티켓을 사는 것 부터

2번을 갈아타 20kg이 넘는 캐리어를 끌고

한참을 걸어

번지수도 써있지 않은 친구집을

찾아내기까지..

지하철에서 민난 20살 아르헨티나 친구

정말 스페인어를 말하고 알아듣는다는 것을 제외하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채

저벅저벅 걸어 이리 물어보고

저리 물어보고..

티켓 사는거 알려달라,

전화 좀 빌려달라

온갖 요청을 다 하고 그래도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모든 것이 안전했고,

모든 것이 편안한 하루였다.


"어서와 잘왔어

정말 좋은 1년의 시간이 되길 바래!"


그 말이 날 정말 안심하게 해줬다.

아직 온 것도 실감이 안 나지만

벌써 집 구하기, 바르셀로나의 교통수단,

일 구하기 등

오늘 아침 8시15분에 공항에 도착해서

하루만에

지나온 모든 길과 인연들에서

정말 많은 정보를 얻었다.



일주일안에 집,일,

바르셀로나 시내와 동네들의 위치,

물가까지 모든게 파악이 될 것 같다.


그건 그런데..

나 지금 잘 온걸까?

갑자기 의심이 올라온다.

나 여기서 뭐하는 거지?

어떻게 해야되지?

잘 하고 있는 걸까?


또 조급함에 온지 24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시간낭비일지도 모르니

한국에 언제든 돌아가는 것도 늘 염두해두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세상에.. 내가 이토록 세상을 믿지 못하고

동동거리며 살았나?


콜롬비아에서 만났던 친구 6년만에 다시 스페인에서 만났다


세상을 믿자.. 좀 차분히 생각하자.

첫날이다. 오직 첫날일 뿐이다.

오늘만큼 안전하게 15,000보나 될만큼

많은 곳들을 걸어다니고,

많은 사람과 얘기했는데

뭘 얼마나 더 기대할 수 있나?


지금은 오직 잠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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