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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겨울을 피하려다 유럽의 추위를 때려맞다

1월 11일 스페인 도착 14일차

연말 연초를 지로나 시골 동네에 사는 친구집에 보낸 후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게으른 일주일을 보냈다.

게을렀다고 해야할까

아파서 도저히 기운이 안 났다고 해야할까


돈을 아낀다고 400유로 아래의

저렴한 방을 보러다니려고 하니

가는 곳마다

창문이 집밖으로 안 나있지를 않나,

딱 내가 보려는 집골목에 거지가 다니지를 않나,

시내와 거리가 너무 뚝 떨어져있지를 않나..

점점 기분이 우울해졌다.

방 몇개 보지도 않았지만

집 구할까 말까.. 엄청 고민이 됐다.

그래! 그냥 바르셀로나에 머무르자 라고

거의 결정하면

다시 카나리아 제도에 가고 싶고..

갈까 말까 고민만 3일동안 300번은 한 것 같다.




바르셀로나 겨울에도 날씨가 가을같다고 누가 그랬어..?

그래.. 영하로 내려가는 한국보다야 실외는 훨씬 낫지만

바깥온도가 5도면 실내도 5도

바깥이 15도면 실내도 15도..

실내 난방시스템이 있긴 한데

전기세가 너무 비싸서 왠만하면 아무도 안 쓰고

그냥 추운대로 산다고 한다.


뜨끈한 바닥난방에 실내온도 23~25도를 유지하는

도시가스에 길들여진 내 몸은

바르셀로나 집안 온도가 적응이 되질 않아

몸이 너무 춥고 어설픈 나머지..

한국에서 겨울지나서 올 걸

막심하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

한국의 겨울이 영하라고 해봤자

겨울에 실외에 있으면 얼마나 있는다고..


매일 갈비뼈가 부러지게

기침을 하고

코를 풀때마다 매번 피가 나온다.

감기약을 먹어도 잘 낫질 않고

며칠 밤을

기침으로 잠도 제대로 못잤다.

독감에 걸린지

오늘이 꼬박 아홉번째 밤인것같다.


날씨를 생각하고

컨디션을 생각하면 카나리아를

100번은 간다..

위치로 치면 아프리카 대륙 옆에 붙어있는 카나리아제도, 적도에 훨씬 가까워서 연평균 20도의 따스한 날씨를 자랑한다

하지만 스페인 자체를 더 즐기고

스페인 최고의 코즈모 폴리탄 같은

이 바르셀로나를 좀더 깊이있게

만나고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더 많은 예술가와

댄스수업을 향유하기 위해선


춥고 고생스러워도

비싼 월세를 내더라도..

바르셀로나에 있는게 낫다.


모르겠다

계속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어쨌든

겨울은 길고,


카나리아 제도는 연평균기온이

겨울인 지금도

최고 20 최저 16

라고 하니 일단 한번 가보자

라는 생각이 든다.


가서 후회하더라도

험해보자

카나리아인지 까나리액젓인지

안 가보면 어떻게 아나?

그러니 일단 가보자. 싶다.


가서 해변에서 수영을 하든

춤을 추든


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의

문화를 체험하고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는 없겠지만

겨울에 혼자만의 오붓한 시간

홀로 좀 더 나의 춤을 연구하는

시간은 충분히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이 고민은

스테이크를 먹을 것이냐

랍스타를 먹을 것이냐

와 같은 행복한 고민이다.


1년간

5시간 고생하고 10만원 버는 일할래

10시간 지루하고 10만원 버는 일할래

와 같은

그런 수준의 고민을 하는

감정과 괴로움을 느낄 일이 아닌 것이다.



원래 살아 온 환경, 음식, 시차

모든 것이 다 바뀌었는데

몸만 안 바뀌면 그것도 정상은 아니겠지..

환경이 바뀌면 원래

몸은 한번씩 크게 아프다.

자연스러운 거다.


여행을 떠나오면 다 신나고

다 재밌고 다 행복하냐?

그건 환상이고..

돈 싸짊어지고 즐기러 온 게 애초에 아니었으니까.


통장에 돈 300만원 덜렁 들고 왔다.

그 돈은 스페인 생활물가로는 아껴써도

3달이면 바닥이다.

스페인 현지인처럼 생활하고,

온전히 이 문화속에 있고 싶어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온거니까.


집 구하고,

 구하고,

시민증 등록하고,

현지 은행 계좌만들고..


이 모든 한국어로 해도 피곤한 일들을

제 2외국어인 스페인어로

하나하나 내 힘으로 해내면서

또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사귀며

조금씩 도움을 받으며 해나가며


그렇게 남미에서처럼..

또 새로운 세계의 지평을 열어보고 싶었다.




그러니 힘든게 당연하다.

정서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익숙했던 환경을 완전히 떠나서

다른 환경속에 있는다는 건

당연히 불편하고 많이 힘든 일이다.



그걸 몰랐기에

25살의 수덕이는 남미에서 정말 많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지만,


지금 31살의 수덕은 그걸 알기에

당연히 힘들거라고 생각하면

덜 힘들다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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