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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 당신의 삶에 지속가능한 일입니까?

스페인 워홀 25일차

온전히 춤만 추기엔 난 너무 부자가 되고 싶고,

돈만 밝히고 살기엔 예민한 감수성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살 수가 없다.

춤을 내려놓고 돈에만 집중하는 시간도 가져봤고

돈을 내려놓고 온전히 춤에만 집중하는 시간도 가져봤다.


이도저도 결국엔..

돈에 치우치면 너무 삶이 메알라지고,

춤에 치우치면 너무 가난해진다는 걸 느껴서

지금은 그 사이 어딘가를 항해중이다.

접점을 찾아보려 매일 고민하고 노력한다.

스페인 워킹홀리데이를 온 것도 그 실험중에 하나다.

외국에 나와서도 먹고 살기 위한 돈을 벌며 춤을 출 수 있는가?

그건 한국보다 환경이 좀 더 쉬운가?

한국에서 만드는 콘텐츠보다 스페인에서 만드는

콘텐츠는 더 매력적일 수 있는가?

그런 걸 몸소 체험해보고 싶었다.


SNS엔 너무 많은 콘텐츠가 난무한다.

대중적이고 쌈빡해서 흥미를 끄는 콘텐츠

정보를 주는 콘텐츠

돈을 벌게 해준다는 콘텐츠..


이리저리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이런저런 콘텐츠를 시도했고,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지속하지 못 하는 나 자신을 늘 탓했다.

'넌 의지박약이야..'


근데 컨셉을 바꾸더라도 꾸준히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공부하고, 고민하니 알게 됐다.

'내가 정말 의지박약일까?

아니 나답지 않은걸 억지로 하려고 하니 당연히 지칠 수 밖에..

특히 나처럼 섬세하고 예민한데 열정적이기까지 한 사람이면 더 빨리 지칠 수 밖에.'


춤 콘텐츠 이거 찍어봐, 저거 찍어봐

나에게 권해지는 피드백은 수백가지다.



근데 그게 정말 나에게 지속가능할까?


나 아니어도 춤 잘추는 사람, 웃기게 추는 사람, 중독성있게 추는 사람

너무나도 많다.

정보는 차고 넘치고, 재미도 차고 넘친다.

넘치다 못해 폭발할 것만 같다.

이 미칠듯한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하나를 더 추가하지 않아도

이미 그 똑같은 걸 하는 사람은 질리도록 많다.


그래서 스페인에 오고 몇주간은

뭘 올리기가 다 싫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뭘 올려도 어차피 새로운 건 아닐테니까.

내가 아니라도 누구든 다 할 수 있는 말을

나까지 반복함으로 피로감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올리려는 콘텐츠와 겨우 생각해낸 아이디어들이

하나도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 같단 생각..

온갖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다 본질이 아니란 걸 알겠다.


그럼 뭘 올릴 수 있을까?

무슨 콘텐츠를 만들어야 금방 현타가 오지 않는걸까?

뭘 만들어야 누가 하래서 했는데 결국 별볼일 없잖아, 라고

남탓하는 생각이 안 들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충분히 나답지도, 충분히 대중적이지도 못해서

어설프게 어줍잖게 이것저것 따라하는 것들은

촌스럽기 그지없다.

마치 람보르기니로 밭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쓰여야하는지

모른채로 세상의 소음에 주의력이 결핍되고,

산만해진 채로 정신없이 휩쓸려가다가

어느새 내가 누군지도 잃어버리고 사는 거 아닌가?


이제 그 꾸준히 올릴 수 있는 콘텐츠

지속가능한 콘텐츠에 대해 사유해볼 시간이다.




Today's Discover

오늘은 Tamariu 라는 해변을 갔다.

여름이면 사람으로 말도 못 하게 가득 찬다는 해변이,

살바도르 달리가 그토록 사랑했다는 해변이,

이 겨울엔 완전히 텅텅 비어 한두명의 낚시꾼을 지나쳐

바다를 따라 걸으면 오롯이 나 혼자뿐이다.

나 밖에 없다!

아아아아아!!!

하고 막 소리를 질러도

눈치 볼 일이 하나도 없었다.


한참을 혼자 놀면서 여름엔 이 곳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얼마나 실컷 수영을 하고

이 수많은 다이빙 스팟에서 마음껏 뛰어내릴 수 있을까

상상하니 설렜다.

이 추운 겨울엔 혼자일 수 있어서 좋고,

여름엔 함께 일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매일 조금씩 처음보는 풍경들을 찾아나서고,

얼마 걷지 않아 늘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널브러져 앉아 한참을 바라보고 음미하다 집으로 돌아온다.

요즘 빠져있는 나만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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