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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성향이 나자신이 1순위가 아닐 수 있다

8년을 넘게 SNS상으로만 알고 지내던 분을 실제로 만났다.

나이도 비슷한 친구인데 나와 정말 비슷하게도

내가 준비중인 딱 1년 전 즈음으로 먼저

남미여행을 했고, 스페인 워홀을 했고, 프랑스에 간 친구였다.


서로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여행의 궤적이 참 비슷한 친구여서

걸어가는 길을 응원하게 되고,

언젠가 어디선가 꼭 마주치겠지 싶었다.


같은 시기에 유럽에 있었기에

스페인에서 보자, 프랑스에서 보자 하다가

결국 둘 우연치않게 한국이라 한국에서 보게 되었다.

한강에 돗자리를 펴고 오랜시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겉보기엔 이 친구와 나의 삶이 꽤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참 다르다는 걸 많이 깨달았다.


이런저런 고생을 했지만 그런 것들 다 배울 점이 있었어. 라며

굉장히 디즈니적 사고방식으로

장밋빛 필터를 끼우고 세상을 바라본다던 친구에겐 진짜..

자신의 삶을 하소연하거나, 남탓을 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살면서 만난 수많은 또래 친구중에 유일하게 느껴지는

삶에 억울함, 긴장감이 없으면서

구김없이 밝은 느낌?


정말 밝고 행복하게 자신의 행복에 집중해서

하고싶은 걸 해내고 산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게 정말 멋지기도 하고, 순수하게 좋은 의미로 부럽기도 했다.


한편

내 인생에 그렇게 구김없이 밝은 또래친구를 본 적이 없어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내가 가진 어둠과 무게감들이 느껴지기도 해서 나의 내면이 스스로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한 건 그 뒤에 나눈 대화인데,


그 친구에겐 자기 인생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아닌

오직 자기자신에게 가있기에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해서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걸 무조건 오늘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거야!" 라는 마음으로

50개국을 여행하고 살 수 있었다고.

자신을 향한 건강한 객관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친구는 내가 바라보고 사는 삶은 궤적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고 했다.

수덕님에게 가장 중요한건 자기자신보다 "인류"인 것 같다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건 "나"인데 수덕님에겐 "세상과 나"인 것 같다고.

그 말을 듣고보니

늘 내 삶을 사람들에게 잘 증명하고 싶어 하는 것도,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인류는 어디로 나아가는가?

어떻게 하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될까?

이런 너무 당연했던 생각들이 새롭게 바라봐졌다.


그냥 나는 살아온 시간들을 꺼내놓았을 뿐인데

그게 이 친구와 이렇게 다르구나..


어떤 부모를 만났고, 어떤 환경들을 겪는 지도 물론

큰 영향을 미쳤지만 어쨌든 그 모든 상황들에서 어떤걸 배우고 깨닫고,

어떤 선택을 하며 나아가는지는 결국 내가 원하는 깊은 Desire의 모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동안 머리로는 계속

"그 친구같은 삶을 원해! 혼자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거야!"

라고 해도 막상 그렇게 살지 않았던 것은

그럴만한 능력, 여건 따위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그보다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할 때 내 개인의 짜릿함, 행복보다는

인류에 무엇이 필요하고, 나는 어떤 역할로 기여할 수 있는지가

내 인생에 더 큰 화두였기 때문같다.


나는 왜 나 자신에게 만족스런 삶보다 자꾸 사람들에게 잘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클까..

그게 무겁고 불편했다. 문제같고 잘못된 생각같았다.

어쩌면 그냥 자기 이해가 부족했던 걸지도.

어쩌면 그 타고난 "인류애"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책임감일지도.


그러니 일상에서 늘 느껴와서 당연했던

그 무게감과 어둠들이

나란 사람이 디자인되면서 갖게 특성일 수 있으니

받아들이고 살다보면 나만의 독창적인 색이 되지 않을까.


요즘 자꾸 개인적 욕구와 사명이 부딪치는 지점에

있는 것 같다.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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