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대무용을 배우며, 에세이를 쓰는 춤추는 에세이스트 윤수덕입니다.
오늘은 저와 같이 늦게 춤을 시작하고픈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23살의 나이에 무용을 시작해 5년 반 동안 포기하지 않고 버텨오며 나름 정리된 것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절대 모든 예술에 해당되진 않겠지만 또래에 대화를 나눠본 많은 예술인 친구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라 직업 예술인을 꿈꾸는 모든 분들께 하나라도 도움되시는 부분이 있길 바라며 끄적여 보겠습니다.
1. 성인이 된 후에 시작하는 무용, 절대 늦지 않았어요.
예체능이라 하면 어린 나이에 시작해야 가능하다, 나잇수가 한자리일 때 해야 한다, 집안에 돈이 많아야 한다.
특히나 무용처럼 몸을 혹사하는(과사용)하는 직업은 성인 되고 뻣뻣한 몸으로는 기량을 절대 못 따라간다. 그런 말 듣고 절망하고 상처 받을 분들께 꼭 얘기하고 싶습니다. 안 늦었습니다. 20대에 무용을 시작한 분들 한국에도 꽤 있고, 외국에 나가면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어린 나이에 무용을 시작해야 한다는 편견은 거의 아시아권 특히 한국에 팽배한 시각일 뿐입니다. 늦게 시작했다는 열등감이 오히려 눈을 가리고, 절박한 마음에 본인에게 맞는 춤인지, 선생님인 잘 생각하지 못한 채 작은 세계가 전부라고 안주하게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발레와 같이 많이 규격화된 춤이라던지, 아크로바틱 한 동작들은 늦게 시작하는 것에 더 어려움이 있는 건 맞지만 정말 간절히 그 춤을 추고 싶다면 그 춤을 본인의 체형에 맞게 잘 가르쳐줄, 본인의 꿈을 존중받을 선생님을 만날 때까지 찾으시길 바랍니다. 2-3분의 선생님, 3-4곳의 학원이나 대학만 알아보고선 부족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많이 알아보고 직접 만나보고 본인의 꿈을 솔직히 얘기해보세요. 늦었다 얘기하는 분도 있을 테고, 가르침이 본인의 몸에 안 맞는 선생님이 분명 많을 것입니다. 그냥 한 계단 밟아 올랐다 생각하시고 또 다른 문을 두드리셨으면 합니다. 분명 그중에는 진실하게 본인의 꿈을 알아보고 지지해줄 선생님이 계십니다. 제 개인적 생각이지만 춤에서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기본기를 익힌 뒤에는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공간과 시스템에 있으면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큼 실력은 성장합니다. 오히려 어려서 몸을 너무 과사용한 친구들은 몸이 아파 성인이 되고 나선 무용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무용과를 졸업한 학생들 20명 중에 끝까지 무용을 하는 사람은 1-2명 정도예요. 그만큼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이들, 끝까지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부상 없이 건강히 성인이 되고 나서 하는 게 길게만 보면 나중에 시작한 당신이 10년, 20년 일찍 시작한 친구들보다 더 잘 출 수 있어요. 안무를 잘 짜는 것은 삶의 깊이와도 연결되기에 무용만 바라보면 살아온 아이들보다 더 잘 짤 수 있고요. 자아와 가치관이 자리 잡고 나서 예술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어째서 늦는 겁니까? 그저 “그때”하고 싶어졌을 뿐인거죠. 뻣뻣한 몸일지라도 열심히 트레이닝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늦은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도 그 열등감을 벗어내고,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기까지 5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네요..
2. 잊지마세요, 성인이 되어 무용을 시작하면 춤을 잘 추는 것보다 몸을 잘 풀어주는게 2배 더 중요합니다.
용기를 내서 춤을 시작하면 바로 눈앞에 보이고 마주하게 될 모습은 십대후반, 이십대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무용경력이 10년,20년 된 아이들. 참 많이 보게 되실거에요. 무용수업을 그 아이들과 함께 들어야하죠.
춤은 유산소,근력,밸런스,스트레칭,탄성,음악성 모든 능력을 복합해놓은 영역인데 날고 기는 애들이 옆에 있으니 얼마나 신경쓰이고 따라가고 싶겠어요. 그런 친구들과 같이 트레이닝하고 춤수업을 하게 되는 건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안 되는 무용동작만 죽어라 연습하게 되죠. 따라가고 싶어서..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절대 춤이 잘 춰지지 않는다는 걸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온 몸을 유기적으로 효율적으로 쓰지 못할 경우 근긴장과 피로가 쌓여 반드시 부상이 오기 마련입니다.
넓은 어깨, 복근, 다리를 90도 이상 들어올리는 능력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게 온 몸 근육의 유기적 쓰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근데 이건 참.. 대부분의 학생들이 꼭 부상을 겪어봐야 깨닫더라구요.(저도 그런 바보중에 하나구요.) 그 전엔 일단 몸이 안 아프니까 악으로 깡으로 언젠가 되겠지 하고 버티는데 버틴다고 버텨지지 않는다는 걸 여러분은 꼭 인대 끊어지기 전에, 연골이 닳아버리기 전에 깨달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치는 건 순간이지만, 낫는 건 정말 오래 걸리고, 뼈가 부러지는 건 다시 붙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인대나 건의 손상은 다신 예전처럼 회복될 수 없습니다. 그 정도 큰 부상은 아니더라도 충돌증후군, 근육염증같은 부상은 90% 이상의 무용수들이 늘 겪고, 달고 살아갑니다. 부상에 꿈이 좌절되지 않도록 아프지 않을때에도 늘 몸을 인식하는 훈련, 몸을 관리하는 것에 신경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돈 아낀다고, 다이어트 한다고 밥 좀 굶지 맙시다. 그리고 난방비 아낀다고 냉골바닥에서 자취하지도 맙시다 제발.. 저도 20대 초반에 다 그렇게 살았고, 그래서 20대 중반이후로 몸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부모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춤을 전공하는 주변의 후배들 보면 여전히 그런 아이들이 많아 하는 말입니다. 라면만 먹고 버티지 말아주세요. 무용수들은 일반인보다 3-4배 더 많은 칼로리를 하루에 소모해야 합니다. 단백질,탄수화물,칼슘,비타민.. 제발 매일매일 빠짐없이 챙겨드셨으면 합니다. 없는 돈이라도 털어서 먹어야하고, 따뜻한 방바닥에서 자야합니다. 그리고 그 건강한 힘으로 돈도 더 법시다. 얼마안가 분명 몸 망가지고, 분명 후회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몸 안 망가지고, 부상 안 입는 친구들은 100명중의 1명이에요. 본인이 그 1명이길 기대하기보단 예방하는 게 지혜롭지 않을까요?
3. 세상은 넓고 선생님은 많습니다.
이게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매번 나와 더이상 이 선생님이 맞지 않는 것 같아 떠나야 할때는 참 많은 고민과 아픈 이별이 공존합니다.
모든 선생님들은 본인이 하는 예술, 본인이 가르치는 춤이 최고라고 얘기하시고 그 말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본인의 삶에서 겪어온 것들 중 좋지 않다 생각하는 건 놓고, 좋은 것들을 모으고 모아 지금의 수업과 커리큘럼, 춤스타일을 만드셨을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언젠가 당신의 춤을 춰야합니다. 당신의 스타일을 찾아야하고, 당신의 수업안을 만들어야 하겠죠. 정말정말 운이 좋으면 처음 만난 선생님, 거의 몇번 거치지 않아도 마음이 맞고 스타일이 맞는 분을 만나 4-5년, 길게는 10년도 한 선생님 밑에서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만,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 저는 고집세고, 제 생각이 확실한 사람이라 한 곳에 머물러 오랫동안 배우질 못 했습니다. 떠날때마다 혼란스럽고 괴로웠지만 그 생활을 5년 정도 반복하니 다 저에게 좋은 경험과 지식이 되어 지금은 그런 저의 성향에 편안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저의 다음 과정에 맞는 선생님을 또 찾고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은 없듯이, 영원한 인연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 그때 나의 과정에 따라 새로운 가르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돈만 있으면 훨씬 쉬운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도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고, 당장 벌이가 좋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게 없다면..(저처럼)
수업료 한번 한번 낼때마다 참 부담스럽고 힘들 거에요. 참 감사하게도 이 쪽 계통에선 선생님에 따라 그런 학생의 개인적 사정을 잘 배려해 수업료를 절감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기에 당연히 그만큼 기대감과 기대치가 생길 것입니다. 감면받는 대신 학원청소를 한다던지 허드렛일을 도와드리는 건 눈치껏 당연히 잘 해야하구요. 그런 감정적 얽힘이 싫으면 애초부터 그냥 돈을 다 내고 배우는게 맞습니다만.. 돈을 다 내겠다고 하면 마음을 몰라준다며 서운해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당당하게 그 돈을 다 내고 싶어도 정말 그러기 어려운 상황인 친구들도 참 많습니다. 저또한 늘 그런 입장이었어요. 정말 어렵고, 민감한 문제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정말 좋은 선생님께 배우고 있는 건지 알기 위해 3가지 스스로 질문 해보세요.
1.선생님이 나의 체형을 이해하고, 내 몸에 부담이 되지 않게 가르쳐주시나? 아니면 그냥 같은 스타일의 춤을 모든 몸에게 똑같이 추라고 하시나?
2. 선생님은 나란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시고, 내 의견을 물어보시나?
3. 선생님의 가치관과 춤스타일이 나에게 맞나?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다 Yes가 나오긴 참 어렵고, 이상적이죠.. 하지만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면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적어도 이 것중에 하나만이라도 Yes일 수 있는 분에게 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겨우 제가 아는 정도가 이것 뿐이라 이보다 더 많은 지혜로운 판단기준이 있을 수 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3개에 다 Yes일 수 없다면 하나씩 그에 맞는 선생님들을 찾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곁을 떠날땐 무조건 최대한 아름다운 작별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중에서도 무용은 정말 바닥이 좁고, 한다리 건널 것도 없이 거의 서로서로 다 아는 사이입니다. 살면서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저의 첫번째 춤스승님이 하신 말씀을 저는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정말 뼈저리게 공감하게 됩니다.. 지혜로운 작별에 대한 썰은 나중에 따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4. 결국 무용은 예술입니다.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주입식으로 배우는 것도 끝이 아닙니다. 왜 춤이 추고 싶은지, 왜 춤출때 행복한지 늘 자신만의 동력을 찾으세요.
시작하기 전에는 온갖 걱정과 두려움이 다 들겠지만 막상 시작하면 그냥 다 똑같은 인생입니다. 어려운일, 힘든일 있고, 그 와중에 행복한 일도 많고..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이 가라고 해서 당장 하루하루 먹고 살기 급급해서 선택한 직업이 아닌 예술을 직업을 선택한다는 당신, 그 중에서도 무용을 선택한다는 당신은 분명 자아를 찾아 떠나는 용감한 여행자의 성향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 못하면 결국 나중엔 속병날텐데 할 수 밖에 없는거 기왕이면 빨리 시작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ㅎㅎ
전 이제 춤을 추지 않는 삶은 상상할수가 없습니다. 춤을 추지 않고 살아온 저의 삶은 늘 뭔가 알 수없는 답답함에 쫓기듯, 쫓듯 했어요. 지금도 늘 생계비와 교육비 마련은 힘들지만 진정 내 가슴이 말하는 신호에 따라 살아가니 길은 자연스레 열려가는 것 같습니다. 의지를 가지고 열어내야 하는 순간도 있구요. 하지만 실력,재능,스펙,어느대학무용과,선생님라인 다 떠나서 진짜 당신이 춤출때 제일 행복하다면, 어떤 춤을 출때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 잘 기억하고 기록하세요. 그리고 꼭 본인에게 맞는 방향과 춤의 종류로 나아가세요. 그 곳이 한국이 아닐 확률도 아주 높습니다. 한국은 그저 아주 작은 세계일 뿐이에요.
어쩌면 당신은 진짜 춤의 세계에 발을 들이니 춤은 취미로 했을때 가장 행복하다고 깨달을 수도 있고, 춤은 춤대로 하고 결이 다른 전문직업을 가져서 둘 다 영위하는게 맞는 사람일 수도 있고, 도저히 춤을 떠나 다른 일에서 돈벌고 다른 직업을 갖기가 어렵다 싶어 어떻게든 춤속에서 쇼부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니 결국 제일 후자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양한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제단하고 겁먹지 말고 정말 춤이 좋다면 한번 제대로 들어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모든 분들께는 아닐지라도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꼭 연락주세요. 적어도 빨리 무너지지 않게, 혼자서 외롭지 않게 공감하고, 피드백 해줄 수 있는 조금 먼저 걸어간 친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정말 많이 외로웠는데 여러분은 굳이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해서 새벽까지 잠 안자고, 오늘은 꼭 이 글을 써야겠다 결심하고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