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무용교육자일까?

무용강사로 사는 고충

나는 좋은 교육자일까? 라는 물음 뒤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매번 말로서 하나하나 설명하고

안되는 동작들을 되게끔 돕는 순간순간들이 지치고 버겁다는 말도 들어있다.


힘듦의 강도는 이렇다.

오프라인 1:1레슨 > 온라인남미댄스 > 오프라인그룹레슨


언젠가 들었다. 카이로프랙틱, 도수치료처럼 사람의 몸을 치료하고 직접 손을 대어 맞춰주는 일을 하는

의사, 물리치료사들은 그만큼 자신의 기운을 주는 것이라고.

그걸 오랜시간 반복하면 더이상 내 안에 기운이 남아있지 않아 몸이 아주 허약해지고, 망가진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하는 무용수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내가 하듯이 하다간.. 난 오래지않아 완전 뻗어버릴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너무 일일이 하나하나 다 알려드리고 모든걸 쏟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마치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부모처럼..

근데 이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어떻게 과하게 힘을 빼지 않으면서도 가르치는 줄을 모르겠다.

눈에 뻔히 잘 몰라서 못 하시는게 보이는데 가서 손으로 이리저리 잡아드려도 3초뒤면 다시 무너지고,

내가 백번을 고쳐드리려고 소리치고 피드백해드려도 다시 엉뚱한 동작을 하고 계신다.

잘 듣고 잘 따라오시는 분들과 하면 그나마 피로감이 덜하지만

이해를 잘 못 하시고, 계속 같은 오류를 반복하시는 분들, 무엇이 잘못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과 하려면 정말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느낌이 든다.

물론 80%는 후자에 속한다. 탓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평생 몸을 제대로 움직이고 쓰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는 이들이 어떻게 몇번 만에 잘 할 수 있을까..


그중에서도 아무 말도 안하시며 무표정하게 열심히 동작만 따라하시는 분들이 제일 어렵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으니 정말 너무 신경쓰인다.

어떠셨는지, 어려우신건 없는지 물어보면 그런 분들은 대부분 "괜찮았어요. 좋아요." 라고 단답형으로 말하신다. 힘은 힘대로 쓰고 무기력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 어떡하지..?


그런 수업뒤엔 너무 지쳐서.. 하루종일 아무런 일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그냥 놀고 싶고 쉬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쓸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십년이상 경력의 강사들이 왜 본인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설명하면서,

내 눈에도 뻔히 보이는 (나를 포함한)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굳이 피드백하지 않는지 알 것 같다.

강사 본인이 살기 위해 ㅋㅋ 오래 수업하려면 그것에 일일이 진을 뺄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단 걸 이제 좀 알 듯 하다.


나에게 춤이란 가르치는 것이든, 배우는 것이든

내뿜어야하는 에너지이다.

배울때도 혼신을 다해 배우고, 가르칠때도 혼신을 다해 가르친다.

배울땐 그래도 즐겁고 기운이 나지만 가르칠땐 그렇게 하면 죽을 것 같고, 그냥.. 죽을 것 같다.

그래도 글을 쓸 땐 혼자하는 작업이기에 에너지를 머금는 느낌이라 크게 힘에 부치진 않는다.

춤은 동적인 에너지, 글은 정적인 에너지니까.


애초에 교육자의 길이 내게 맞다는 생각도,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빨리 돈이 되고, 또 해야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서 그냥 내 생각의 한계에서 느껴지는 부분이

교육이었기에 했고, 내 수업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겨 하고 있을 뿐.

그런데 막상 하니까.. 수강생분들이 너무 좋아해주셨다.

의외로 가르치는 것에 재능이 없지 않음을 발견했다. 내가 너무 어렵게 배워와서 그러리라..

난 춤에 남다른 재능이 없기에, 안되는 그 마음을 공감하고, 진심으로 괜찮다 이렇게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한스텝 한스텝 친절히 안내하는 사람이라 그러리라 감히 예상해본다.

어쩌면 가르침에 대한 능력이 아니라, 언어적 표현능력이 뛰어나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늘 가르치는게 싫었던 건 절대 아니다.

이렇게 주 4~5일씩 수업이 있기 전에 주 2일 정도만 할땐 재미있었고,

내가 아는 것들을 잘 정리하고 풀어내는 것. 그것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자유와 생명력을 움직임,춤이라는 매개체로 전달하는 건 정말 뿌듯한 일이었다.

사랑은 받을때만 채워지는 게 아니라, 줄때도 채워진단 걸 느낀 순간들도 많았다.

교육이란 걸 평생 업삼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비중이 현저히 적으면 할만 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좋은 기운으로 수강생분들을 만날 수 있을텐데..

어느순간 내가 너무 에너지가 고갈되니, 가르침에 대한 회의감, 잘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드는 거겠지.


왜.. 왜.. 왜.. 춤으로 먹고 살려면 늘 가르쳐야 하는걸까?

지식창업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건가..?

가르치는게 아니면 달리 어떤 것도 돈벌이가 되는 게 없는 걸까?


그렇다고 오직 무대, 작품, 공연만으로 먹고 사는 무용수가 있나?

없지. 거의 0% 라고 봐야지.. 근데 난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고 싶어서 SNS마케팅을 시작했는데

결국 그냥 가르치는 걸 좀더 수월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홍보해서 다시 교육자로 돈을 벌고 있다.

나말고도 잘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가르치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본인에게 맞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춤은 계속 추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춤만 추기엔 세상이 너무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