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요청할 때
by 춤에 춤추는에세이스트 Feb 1. 2021
교육업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 구매단계에 앞서
누군가에게 수강료를 말하는 건 늘 어렵죠?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요즘 저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그룹수업도 완전 중단된 상태이고,
온라인 수업은 이제 시작단계라 큰수익보단 호감을 얻어가는 단계라 현재,
90%의 수익이 1:1개인레슨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1:1 레슨이 정말 진이 많이 빠지는 일이라 최대한 주2-3회 수업을 제외하곤 신경쓰지 않으려 애쓰는 와중에,
그저께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매주 1회씩 1:1 레슨을 받는 수강생분이 단순 운동만이 아니라, 전담 케어까지 받고 싶으시다고
요청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매주 그분께 맞는 맞춤영상도 찍어드리고, 일일 운동관리표 작성하도록
만들어드리고 피드백 해드리는 조건으로 월 50만원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월4회 2시간씩 총 8시간 개인레슨에 맞춤영상까지 제작해드리는데 운동관리표까지.. 솔직히 제가 여기에 드리는 시간과 에너지만 해도 월 50만원이면 너무 저렴한거라 느껴집니다만.
하루는 저한테 몇십만원 짜리 대게를 사주시며 자기가 그것만 가지곤 운동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며 자기 몸에 맞는 프로필작성, 매주 동기부여메시지, 운동건강정보 등등 할 수 있는 한 자신에게 동기부여가 될만한 모든걸 알려주고, 챙겨달라 하셨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 곤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머릿속으로 "50만원 받고 내가 그걸 다 해드릴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되나? 50만원으로 그게 충분한가?" 라는 생각을 안할 수 가 없었지요.
음... 얼마를 받아야하지?
저에게 3분의 개인레슨 수강생분들이 계신데 비슷한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 사회적으로 안정적 위치에 오른 중년의 남성분들이세요.
이제 돈은 벌만큼 벌게 되었고, 남은 인생 건강을 잘 생각하며 살아야겠는데 헬스장 PT를 받기엔 너무 어렵고, 요가원을 다니기엔 다 여성분들이라 민망함을 느끼시는 거죠.
고민하다가 전 오늘 수강생분과 정확히 대화를 나눠야겠다 싶어, 저의 스승님께도 미리 피드백을 구해 상담스크립트를 써놓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스승님은 저에게 위에 말을 들어보시곤 그럼 아예 수강료를 정말 비싸게 받아보라고 피드백하셨습니다.
제가 조금 놀라자, 애초에 정말 그런 분들이 (물질적 여유를 가진 중년남성) 고객으로 찾아온다면 매너있는 태도로 수업을 잘 따라주시는 분들을 1-2명 받아서 제대로 잘 케어해드리는 게 낫지 않겠냐며..
아예 진입장벽을 높게 잡으면 사적인 친밀감에 호소해 수강료 앞에서 구구절절 말하는 고객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는 거죠.
상대가 거절하면 어떡하지?
혹시 너무 비싸다고 따지면 어떡하지?
깎아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이나 어려움은 결국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거절하고 비싸다고 할 사람이면 애초부터 그렇게 전담 트레이닝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인거고,
만약 준비가 된 사람이고, 제 수업의 값어치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그 돈을 내지 않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죠. 어차피 누구에게든 그 돈을 쓸 사람이니까.
물론 진지한 마음으로,
- 어떻게 내 수업과 추가서비스가 50만원보다 몇배 더한 값어치가 있음을 전달할까?
- 내가 그 추가요금을 받고 드릴 수 있는 서비스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
- 거기서 돈을 +a 로 더 받는다면 그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 난 수강생 개개인의 자율적태도와 주체적의지를 요청하는데, 돈을 더 내시든 덜 내든 계속 수동적이고,의존적인 태도만 보이시면 어떡하지?
이런 것들을 저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참 필요했습니다.
결론적으론, 여전히 저도 상담은 많이 부딪쳐봐야할 부분이라, 얘기하다보니
더한 요금을 설명드리지 않았고 추가서비스없이 지금 원래대로 50만원의 서비스만큼 받으시는 걸로 대화를 잘 끝냈습니다만,
앞으론 그런 프리미엄 서비스를 더 프라이빗하게 딱 1-2분 정도 받으며 진행해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아이템을 대대적으로 하겠단 게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능력(충분히 그 돈을 받고도 남을 저의 커리어)을 십분 활용해서 하나의 굵은 수익파이프라인을 만들고, 그 안정적 수익화를 통해 온라인으로 다양한 실험들을 하는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으니까요.
일단 생각이라도 그렇게 해놓으면 기분이 좋으니까ㅎㅎ 어떻게 또 흘러가질지 흥미진진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