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헬스장이 너무 많다.
다시 말하자면 헬스장만 너무 많다.
헬스장은 물론 없으면 안 될 훌륭한 시설이지만, 운동을 한다 하면 헬스장만 떠올리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체감상,
한국의 운동 시장의 69%는 헬스장, 30%는 요가와 필라테스가 전부가 아닌가 싶다.
춤을 배우는 사람은 0.5% 정도나 될까?
그 중에서도 춤의 본질을 알고 제대로 가르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자, 일단 헬스장 하면 제일 먼저 나는 이 단어가 떠오른다.
"바디프로필" 한번즘 삶에서 몸의 리즈를 찍어보는 건 훌륭한 일이지만
진정 내 몸과 건강을 위해서 뭐가 남지?
사진 한장말고.
그러나 헬스(Health) + 장(space) 은 말그대로 건강해지기 위한 공간인데 말이다.
그 곳을 진정 내 몸에 맞는 운동법과 건강관리법을 알고자 방문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걸 빼면 결국 운동을 하는 본질에 뭐가 남을까?
외국에서 탄생한 운동들이 이상하게 한국에만 들어오면 본디 목적에서 살짝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움직임으로 하는 명상, 깨달음을 향해가는 여정을 몸으로 표현한 인도 요가는
한국에서 얇고 슬림한 몸매에 요가복을 입은 강사가 99%의 일반인이 따라하기 힘든
멋진 동작을 하고 있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하고,
부족한 근력과 유산소를 길러주기 위한 국소적이고, 수직적 운동이 대부분인 헬스장은
남녀노소 나이불문
단순운동목적, 다이어트, 바디프로필, 낯내보이려는 목적이 다 통합된 이상한 운동의 장이 되었다.
원래 2차 세계대전 이후 필라테스라는 독일인이 병자들을 재활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고안해낸 기구들로 하는 운동인 필라테스는 요가와 똑같이 나이스 슬림한 바디를 위해 "다이어트"를 광고문구로 붙이곤 한다.
필라테스와 요가, 헬스장은 애초에 운동효과와 목적이 다 다른데도 뭐가 됐든
나이스 핫 바디를 위한 다이어트만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광고를 하며 온갖 수업이 짬뽕된 헬스시설이 즐비하다.
그러나,
유럽, 북미, 우리나라보다 한참 경제수준이 떨어진 남미와 아프리카만 봐도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운동과 움직임트레이닝, 춤수업들을 남녀노소, 성별상관없이 즐기며 살아간다.
외국은 즉흥춤수업, 컨택수업, 리서치무브먼트수업.. 한국에선 현대무용을 전공한
사람들만 들어봤을법한 다양한 움직임관련 수업들이 외국에선 비전문무용인, 일반인분들께도
늘 오픈되어있고, 전문무용수들과 함께 즐기고 수업하는 일들이 다반사이다.
한국만 유난히 "운동"이라 하면 대부분 헬스장을 떠올리고, 나이스 핫바디를 외친다.. 헛똑똑이들.
평소에 스스로 조금만 관리할 줄 알면 아무 무리없을 소화불량, 감기 정도의 통증에도
병원으로 달려가 주사맞고, 약먹는 자신의 건강에 병원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백날 학교에서 국영수사과 공부하고 학원 다녀봤자, 서른살되면 거의 50대에 가까울정도로
몸이 굳고 자기 몸을 어떻게 써야할지 1도 모르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레슨을 하다보면 몸에 대해 한번도 스스로 인식해보고 몸의 움직임 감각을 깨우려고
생각해본적 없는 수강생분들을 만나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스스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늘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고 관리하지 않으면
늘어진 근육으로 관절사이는 닳고, 장기들도 퇴화되어 온갖 질병에 금방 노출되는 건..
20대부터 진행이고 평균적으로 서른만 되어도 그런 이들의 몸은 금방 다 티가 난다.
머리만 똑똑하고, 나이가 젊다해서 몸이 건강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난 개인레슨, 그룹레슨을 해오며 몸의 상태가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굳을대로 굳어버린 이들을 꽤 만났다.
실로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평균"이라는게 없는 게 바로 인간의 "몸"이다.
수치로 따지는 성적에는 평균이 있을지 몰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근육,신경,근,장기,혈관 모든 조직이 오케스트라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게 경이로운 우리의 인체이다.
춤을 추면 출수록 몸 자체에 대한 깊이와 지식을 모를 수 없어
공부하다보면,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려워지고 광범위해져서, 곧 우주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 많은 변수가 있는데 어떻게 병원이란 공간이 생겨나고 의사란 직업으로
다양한 병을 연구하고 치료해가는지 기적같다.
몸이 퉁퉁하든, 식스팩하나 없이 뼈가 툭툭 불거진 마른 몸이든
자신의 몸을 알고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려 하는 이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운동 매일매일 한다는 것과 실제 몸을 잘 쓰는 것은 다르다.
7년간 춤을 추고, 부상을 통해 여러가지 운동을 경험하고 몸을 회복해본 나로서
운동과 춤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이렇다고 느껴진다.
운동은 국소적이고 수직적인 움직임을 반복해서 근육은 기를 수 있어도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각을 깨우기엔 한계가 분명하지만,
춤은 온 몸을 통합적으로 쓰고, 겉으로 보이지 않는 아주 다양하고 미세한 깊은 근육층까지 다 자극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른이 되며 굳어지고 잊혀진 몸의 본래 감각을 일깨운다. 곧 생명력을 일깨우는 것과 깊이 연관된 운동보다 훨씬 상위의 행위이다.
춤을 추는 것은 굳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운동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몸치라서 춤을 출 수 없다는 건 그저 안 해봤을 뿐이라 몸 본연의 리듬을 잊어버려서
하는 말도 안되는 말일 뿐이다.
애초에 춤과 운동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결국엔 크게 의미가 없다.
결국 건강하고, 살아있는 몸을 통해 몸 뿐만 아니라, 마음의 활력과 기쁨을 되찾기 위해 하는 거니까.
결국 움직임 그 자체를 통한 감각 깨우기가 본질이 되어야 한다.
매일 빠짐없이 운동을 하고, 정말 일상패턴을 건강하게 꾸려가는 친구들에게조차
아주 간단한 그러나 몸을 통합적으로 써야하는 (춤이라 할 수도 없는) 움직임 동작을 해보라 했을때 전혀 따라하지 못하는 애들이..
10명이면 8명은 그런 듯 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심각한 일 아닌가?
삶에서 이것저것 소유하지 않아도, 물질적인 걸 갖지 않아도
우리가 평생 갖고 가야할 단 하나의 "유기체"가 있다면 그건 몸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몸 하나만 있으면
몸 자체를 가지고 놀면서 느낄 수 있는 유희와 즐거움, 그 생명력이 얼마나 큰데!
난 여전히 사람들이 컴퓨터게임이 아닌
술래잡기, 얼음땡, 비석치기, 수영을 하며 몸을 부대끼고 깔깔 웃으며 놀았으면 좋겠다.
코로나만 아니면 말이다..ㅠㅠ
고로 춤은 존재해야 한다.
아니, 살아남아야만 한다.
인류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도 이만큼 원초적이고, 좋은 도구는 드물거니까.
ps.다음 시리즈에서는 "세상에 몸치는 없다"는 깨달음을 주제로 글을 한 편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