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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생일을 맞아, 나 그리고 세상에게

누군가에겐 그냥 지나칠 2월 19일이 나에겐 1년에 한 번뿐인 날이듯,

이 날 하루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날들은 서로 다른 모든 이들에게 특별한 날이니까.

저는 특별히 생일에 의미를 두기보단,

매일매일을 특별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대하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어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먼저 이 길을 걸어가신 스승님의 말을 듣고, 제 마음을 풀어놓고 홀가분해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해가 지나고 생일이 되니까 작년 생일에 저를 떠올려보고 또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눈치채 봅니다.


그때만 해도 고통의 정가운데에 잘 빠져들어 어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면,
여전히 고통에 잘 빠지기야 하지만
머리끝까지 그 속으로 밀어 넣던 과거와는 달리,
발 한 짝 빠지고, 좀 당황하고, 다시 끄집어내는 정도랄까요?


예전엔 그런 자신이 버겁고 싫었는데

이젠 그

고통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힘들어하고 있는 저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괜찮다고 말해줄 만큼 여유도 꽤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이런 스승님들을 곁에 두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아파보고 지질함을 겪어봤는데

그런 과거를 없었단 듯 뒤로하지 않고, 잘 품으며

“나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다만 조금씩 덜 그러고 있어.”라고

솔직하고 따스하게 다가와주었을 때

‘나만 유별나게 뒤쳐진 머저리가 아니구나.’라는 엄청난 안도감.

‘나 잘 가고 있구나~ 지질한 것도, 수치심이 드는 것도 당연 하구나.’

알게 될 때.

그럴 때 다시 기운이 나고 발걸음을 떼고 싶어 져서 참 좋아요.


희한하죠.

원래 나이 먹을수록 저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더 커지고,
그걸 이뤄낼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제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저것 대단한 거 바라지 않게 돼요.


나 하나 잘 살자고, 돈도 벌고 예술도 하고 그런 거 절대 아니더라고요.

그런 건 세상 허무한 일이란 걸 참 빨리 알게 됐어요.

다 까고 까고 까 보면 끝없는 욕심일 뿐.. 허무함만 남죠.


요즘 저의 바람은 이래요.

생명이 생명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거기에 일조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결국 상대를 귀히 여기지 못하는 건 다 나에게 돌아오니까.
나와 상대가 분리되어있지 않단 걸 더 많이 깨닫고 살아가길 바라요.


그래서

사람들을 잘 돕고 싶어요.

제가 그런 도움을 통해서 그래도 이만큼 사람 구실하고 살 듯이요.

죽고 싶던 수많은 삶의 고비에서 날 일으켜 세워주고,

제 본래 모습을 알아봐 준 이들이 없었다면 난 얼마나 뒤틀리고 외골수적인 인간이 됐을까요?


내가 가진건 그들이 내게 일깨워준 사랑,

그들이 알아차려주고 표현해준 내 존재의 소중함 뿐이니까.


물론 아무도 날 돕지 않았을 때,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줄 때

스스로 내 안에서 빛을 발견한 순간도 있었죠.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엄살떨지 마. 너 잘 알아서 살 수 있어~”라고 말한다면 뭐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너무나 잔인한 일이 많아요.


의존해도 돼요. 나약해도 돼요.
서로 기대기도 하고, 보듬으며 비척비척 나아가는 거죠.

내 나약한 면은 누군가에겐 강한 점이고, 내 강점은 누군가에게 약점이니까.

아픔을 보듬듯, 서로의 강한 점을 잘 발견해주고 표현해주면 돼요.


그래서 지금부턴 저도 그걸 알아차려주고 바라봐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받으려고만 하며 살았던 시간이 길어서 어떻게 줘야 할 줄을 참 몰라요.


부끄럽지만 나 아닌 누군가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실은 참 관심 없이 살았어요.

온통 내가 원하는 것, 내가 갖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살았는데 실은 그게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거기서 채워지는 만족은 절대 영원한 게 아니었어요.


내 욕심이 무언 지조차 모르게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다면 물론 그것부터 채워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저는 많이 이 기적 이어봐서 이미 그건 너무 잘하니까.

이젠 사람을 사랑하고 나 이쁨 받고 싶었던 만큼 타인을 예뻐해 주고 표현해주고.. 그러고 싶어요.




그래도 생일이고, 매년 생일 땐 꼭 글 한 편씩 쓰고 있으니까.

나중에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

글 많이 쓰세요 여러분!

남에게 보여주려는 글도 좋은데, 내가 자꾸 돌아보고 싶을 글.




모자라고 속 좁은 사람인데

뭐 안 답시고 휘갈겨 봤어요.

오늘만 예쁘게 봐주세요. 생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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