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으면 상처받지도 않을테니까.
열번을 노력하면 생각대로 이뤄지는 건 늘 한두가지 뿐. 노력해도 잘 안될 때마다 사기가 꺾이는 소리들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지난 실패와 좌절로 바람 다 빠진 풍선마냥 쭈그러든 마음은 그 다음 시도에 대한 믿음까지 앗아가버린다. 무언가를 강하게 열망했을수록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저곳 아픔이 콕콕 박힌 마음은 또 다른 상처로부터 주인을 보호하려 이렇게 외쳐댄다.
'너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거 같아? 괜히 애쓰지마. 그럼 상처받지도 않을테니까!'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 할 때마다 또다시 다치지 않도록 마음이 알아서 나를 과잉보호를 해주었고, 점점 무엇도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우리의 세포 하나하나에 얼마나 정직하게 각인되는지, 가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과거의 부정적 기억들이 얼마나 오래도록 나를 힘들게 할수 있는지 말이다. 그런데 잠깐, 그 논리대로라면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게 아닐까? 거꾸로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경험이나 노력들도 비록 티가 잘 안날지라도 그만큼 쌓여왔을 수밖에 없다고 믿어볼만 한 것이다.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시도하지 않게 되는 것은 좌절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의 자동적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마음을 어여삐 여겨주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너무 두려워는 말자. 현실적 긍정과 비현실적 낙천은 엄연히 다르다. 실제로 현실적인 노력을 하면서 긍정적 희망을 갖는 것은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이미 오래 지쳐있다면, 계획을 너무 무리하게 잡아 포기하지 않도록 중단기 계획이라는 완충제를 만들어 주는게 좋다.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미래를 지레짐작해 선을 그을 것도 없다.
이런다고 인생이 달라질까? 해답을 알고 싶다면 좀 더 해보는 수밖에.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작가.
미드로 인생배우기 유단자.
집순이가 체질이자 숙명이며
우울함 속에 숨겨진 위트를 찾아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거북이, 달팽이 같은 느린 것들에게 주로 동질감을 느낀다.
- 인스타그램 : dancing.sn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