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안 살고 싶다
엄마 말대로라면, 또 수많은 책과 영화에서 말했던 바대로라면, 최선을 다하면 꿈꾸는 건 모두 이루어지고 쉽게 행복해져야 이치에 맞는 건데. 누구 하나 단정 지어 말한 적은 없었지만 줄곧 그렇게 믿어왔는데. 웬걸,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선한 이웃들이 억울하게 고통을 겪고 있다거나 악한 이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들뿐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생의 아이러니들은 퇴근길 도심의 차들처럼 늘어서서는 영 앞으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인생이 해피엔딩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찝찝한 열린 결말의 독립영화에 가깝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인 걸까. 인과응보란 없고 아프니까 청춘인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에 배신감을 느껴 열심히 살고 싶은 의욕마저 사그라들 때가 많다. 그래서 한때는 열심히 해도 잘 안될 것 같아서 열심히 안 했더니 더 안됐다. 그렇다. 최선을 다해도 안될 때가 있는 마당에 열심히 안 하면 더 안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알지만 사기가 꺾여버린 것 뿐이다.
그러나 지쳐버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으니. 열심히 안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건 이치에 맞다 치더라도, 결과가 잘 안됐다고 해서 그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잘 안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어쩌면 그냥 잘 될 때도 있겠지. 때로는 이렇게 생각해서라도 마음을 편히 먹는 것이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고 힘을 내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러다 보면 세상을 향한 혐오와 염세에서 고개를 틀어 꿈꾸던 것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작가.
미드로 인생배우기 유단자.
집순이가 체질이자 숙명이며
우울함 속에 숨겨진 위트를 찾아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거북이, 달팽이 같은 느린 것들에게 주로 동질감을 느낀다.
- 인스타그램 : dancing.sn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