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눈치 너무 볼 필요 없어요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by 댄싱스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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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는 지하철을 타고 등교를 했는데, 어릴 적부터 사회불안이 높았던 내게는 혼자 지하철을 타는 게 교실 앞 단상에 나가 발표하는 것만큼이나 공포스러웠다. 빈 자리가 나서 의자에 앉아있을 때는 좀 나았지만 출입문 쪽에 손잡이를 잡고 서있으면 등줄기에서 이유 모를 식은땀이 흐를 때가 많았다. 내 등 뒤로 지하철 안의 수많은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 이상한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혼자 지하철을 수천 번은 타본 어른이 된 지금은 등줄기에 땀이 흐를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치장을 신경쓰고 외출한 날엔 '내가 너무 과하게 꾸민 것처럼 보이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고, 추레하고 하고 나왔을 땐 '누가 날 구질구질해 보인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신경을 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사 긴장하던 게 차츰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들 눈치를 보느라 해야 할 말을 제때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가게에 가면 점원의 제품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생각도 안 했던 걸 사버린다거나 괜찮지 않을 때도 줄곧 '난 괜찮아'라는 대답을 반사적으로 해버린다든가 하는 식. 그러는 새에 나도 모르게 쌓인 감정들은 꼭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때만 터져버린다. 그럴 때의 내 모습이 강하게 기억에 남았는지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는 도리어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성격 이상한 사람'이 되어있더라. 지나치게 남을 신경 쓰다 보니 오히려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늘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내 마음이 있었다.


진정으로 상대를 배려하려면 내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편안히 해주어야 한다. 내가 편안해야 내 옆에 있는 사람들도 편안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너무 눈치 보지 말고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방식 안에서라면 거절의 표현도 서슴지 않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드문드문 싫은 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남 눈치 좀 덜 보고 지내도 생각보다 그리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것처럼 남들도 자기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많을 테니까.


남의 생각은 남의 것인데, 그것까지 생각하기엔 너무 피곤하지 않은가. 남 눈치 보기 전에 내 마음의 눈치 한 번 더 살펴주며 살자.





댄싱스네일(Dancingsnail)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작가.

미드로 인생배우기 유단자.

집순이가 체질이자 숙명이며

우울함 속에 숨겨진 위트를 찾아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거북이, 달팽이 같은 느린 것들에게 주로 동질감을 느낀다.


- 인스타그램 : dancing.snail

instagram.com/dancing.s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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