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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목각인형 Mar 17. 2024

'더 커뮤니티' 관전 포인트

더 커뮤니티. 아마도 올해의 예능.

더 커뮤니티는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12명의 젊은 남녀가 리더를 선발하고 상금을 분배하는 정치 서바이벌 사회실험이다.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사상검증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양극단으로 치우쳐진 요즘 시대에 '사상검증'이라는 키워드는 꽤나 리스크가 있는 소재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민하고 불편할 수 있는 주제를 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컨텐츠로 만든 기획력에 감탄했다.


웰메이드 컨텐츠는 공유하고 떠들어야 제 맛이지 않은가.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주변에 추천한 컨텐츠가 있었나 싶을 만큼 더 커뮤니티를 보지 않았던 지인들에게 끈질기게 권했다. 사상 검증 테스트 링크를 공유해 주기도, 방송에서 나온 토론 주제를 화제로 던지기도, 무료 회차가 풀렸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최근 웨이브 유튜브 채널에 더 커뮤니티 무료 회차가 풀려서 이제야 좀 바이럴이 되는 것 같은데 여전히 화제성은 부족한 듯하다. 브런치는 더 커뮤니티 영업에 적합한 매체는 아닌 것 같다만... 아직 더 커뮤니티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 본다.


1. 날 것의 감정과 생각

출연진들은 방송 이미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낸다. 예를 들면 '나는 페미예요' 등 용기 있게 본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밝힌다. 덕분에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리얼함을 느낄 수 있다. 각자의 주관은 뚜렷한데 사상은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갈등은 불가피하다. 날 것의 감정과 생각이 어떤 선택과 결과를 만들어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2. 더 커뮤니티가 정의한 빌런 '불순분자'

일반적인 빌런과 달리 더 커뮤니티의 빌런, 즉 불순분자는 누군가를 헤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아야 빌런에게 유리한 판을 짜둔 것도 신선했다. 진짜 사회에서의 불순분자는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 공약했지만 자신의 편견에서 비롯한 불순분자는 지켜주지 않는 리더 vs. 누군가를 헤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불순분자. 누가 더 위선적일까.



3.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속마음 인터뷰

첫 째날 이 커뮤니티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속마음 인터뷰를 공개한다. 공개된 발언들은 다음과 같다. '동성애는 후천적 오류다' '대한민국은 남자가 역차별받는 사회다'  '상속세는 더 떼어가야 한다' '빈곤은 국가의 책임이다' '최저임금은 사람들을 더 나약하게 만들 뿐이다' '경쟁하지 않는 사람들은 도태되는 것이 맞다.'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는 발언들. 웃고 떠들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정적이 흐른다.



4. 탈락 면제권

리더에게는 한 장의 탈락 면제권이 주어진다. 탈락 면제권을 언제 누구에게 쓸 것인지 정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다 같이 끝까지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위해 탈락 면제권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몇몇 참가자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가진 탈락 면제권을 타인에게 양보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저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5. 인생 스피치

프로그램 후반, 참가자들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터놓는 인생 스피치를 한다.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사람들도 각자의 시련과 굴곡이 있었다. 인생 스피치의 기획 의도는 상대는 왜 저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참가자들은 인생 스피치를 통해 서로를 더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는 교훈 또한 준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커뮤니티를 보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에서 다룬 토론 주제와 특정 캐릭터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 너는 어땠어?'와 같은 솔직한 대화 말이다. 사상검증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걸 알고 놀라던 동료의 반응과 그런 동료를 향해 '근데 점수는 낮아요' 라며 변명하던 내 모습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사상이 같더라도 안 맞을 수 있고 사상이 다르더라도 가까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 더 커뮤니티처럼, 사상을 잣대로 '우리'의 범주에 한계를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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