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과 함께한 일주일
일주일 간 장염으로 고통받았다. 이번 장염은 깨질듯한 두통과 오한 고열 몸살까지 세트로 찾아왔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이렇게 뭐라도 쓰고 있지만, 최근 몇 일간은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회사에는 월화수 연차를 냈다. 몸이 우선이라며 걱정 말고 쉬라는 팀장님과 동료들 덕분에 내 몸 먼저 챙길 수 있었지만 바쁜 시기에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장염은 인내가 필수인 질병 같다. 회복을 위해서는 먹고 싶은 걸 참아낼 줄 아는 인내심과 절제력이 무조건적이다. 이번주 내 식단은 물과 이온음료... 그리고 또 물과, 약간의 흰 죽과 누룽지가 전부였다. 3일간은 그마저도 다 버거워서 목구멍에 죽을 넣는 대신 혈관에 수액을 넣어주기도 했다.
먹지를 못하니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먹지를 못하니 행복하지 않았다. 소식좌에 입이 짧은 나임에도 먹고 싶은 음식을 그때그때 먹을 수 없는 건 큰 불행이었다. 끊었던 먹방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한입 가득 넣고 복스럽게 먹는 모습에 대리 만족을 느꼈다. 먹방만큼이나 레시피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 배달음식을 먹고 탈이 난지라 배달음식 자체에 대한 약간의 불신이 생겼달까. 귀찮아도 나를 위해 정성껏 한 끼 차릴 줄 아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었다.
먹고 싶은 게 떠오를 때마다 하나씩 리스트업 했다. 다 낫고 하나씩 먹을 생각에 설렜다. 아, 먹고 싶은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걸 곧 먹을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힘이 생기는구나. 몸은 기력이 없는데 정신은 뭔가 또렷해지고 힘이 나는 게 신기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책 제목처럼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온몸으로 찐하게 경험했다.
7월의 나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게을렀는데 장염으로 무기력의 정점을 찍고 나니 다시 시작할 힘이 생겼다. 이번 장염이 가져다준 나름의 긍정적 효과이다. 장염으로 고통받았던 지난 일주일이 지나고 맞이한 오늘 아침, 조심스레 한 입 베어 먹은 무화과 크림치즈 샤워도우의 맛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비록 디카페인이긴 하지만 함께 먹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도 남달랐다. 커피 한 모금에도 빵 한 조각에도 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이쯤 되니 이 시기에 장염을 겪은 게 오히려 나한테 필요한 이벤트였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결론은 건강이 최고다. 장염 따위 다시는 겪지 않아도 순간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내가 되길, 건강하게 잘 먹고,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으로 일상을 부지런히 수놓는 내가 되길. 7월의 마지막에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