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말고 '하는'에 집중해 본다면
주어진 모든 일을 잘하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한 영역에가깝다고 본다. 그게 하기 싫은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기 싫은 일을 맡았지만 어떻게든 해야 할 때 나는 '일은 일이다'라는 마인드 셋을 장착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일은 일이다 ‘라는 걸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일과 나를 동일시했다. 물론 지금도 여기서 아예 벗어나진 못했다. 여전히 나한테 일이란 잘하고 싶은 것, 욕심나는 것,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것이기에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기질을 아예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일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생겼던 수많은 문제들, 이를테면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하고 그런 나를 보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속상해하는 등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졌던 경험은 일하는 나와 존재하는 나를 구분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들어줬다.
나한테 하기 싫은 일이란 돈은 안되는데 손은 많이 가는 일, 손은 많이 가지만 티는 안나는 일, 그리고 특정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일 (보통은 회장님..), 그래서 도대체가 왜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런 성격의 일을 맡았을 땐 ‘why’를 찾고 그 안에서 동기부여 하려는 걸 좀 멈추고 ‘해야 하는 일인데 뭘 어쩌겠어 그냥 해야지’라고 생각해 버린다. ‘일에 애정을 쏟는 나’ 가 아니라 ‘돈 받고 일하는 직장인’ 자아를 불러내는 셈이다.
애정과 진심을 담지 않을 뿐 퀄리티를 신경 쓰지 않는건 아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다’는 자기 확신은 일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양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빠르게 쳐내고 싶은 일일수록 초집중해서 데드라인 안에 끝내려고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싫어하는 일을 잘하는 법은 없다. 그저 해야 하는 일이니깐 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겠어 그냥 해야지’ 라는 마인드로 끝내 해내는 것,
그게 결국 잘하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