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5 첫째날
쑤저우Suzhou에 도착했다. 사실 난 쑤저우를 잘 모른다. 중국에 오기로 결정했을 땐, 상하이에 살게 될 줄 알았다. 어차피 일은 상하이와 쑤저우에서 번갈아가며 하게 될 터였고, 그래서 어느 지역이 더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쑤저우쪽을 선택했다. 마치, 영국과 아일랜드를 놓고 아일랜드를 선택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세계적으로 덜 유명하고 세계적으로 좀 덜 붐비는 곳을 선택하기.
쑤저우에 오기로 결정을 한 다음에야 인터넷에서 ‘쑤저우’라는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사실 그렇게 해서 얻는 정보라는 게 원래 수박을 겉핥기 하는 정도겠지만.
‘동양의 베니스’ 운운하며 올라온 사진들을 보니, 어쨌든 쑤저우는 꽤 예뻤다. 그러니까, '음,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다. 물론 살다보면 ‘저 놈의 운하 때문에 모기가 죽도록 많아’라고 불평하게 되겠지만.
한국에서 쑤저우로 바로 오는 방법은 없다. 이곳에 오려면 상하이로 도착을 하면 된다. 그 상하이의 홍차이오 공항에서 차를 타고, 50분쯤 달리니 쑤저우가 나타났다.
“오는 길이 꽤 멀었죠?”
라는 말씀에,
“50분 정도 걸리던데요?”
라고 대답을 하니,
“어? 엄청 빨리 왔네.”
라고 반응한 걸로 보아, 평소에는 그보다 더 많이 걸릴지도 모른다. 체감상으로도 날 태우고 달린 기사가 엄청 빨리 달리는 것 같았으니까.
공항에서 나를 한참이나 기다려서 조금은 뿔이 난 것처럼 보였던 그 젊은 기사는
“Hi”
라고 웃어 보이는 내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미소도 지어 보이지 않았다. '음, 맞아. 중국인들은 원래 그렇게 친절한 편은 아니야.' 그제야 그 사실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때로는 별 의미없는 미소가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줄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미소와 인사가 동시에 무시당해도 별로 민망해하지 않는 것이 내 장점이다. 그래서 어쨌든 대신 짐을 실어주는 그한테
“Xiexie”
라고 중국어로 인사도 하고, 아무런 대답도 제대로 안 하는 그에게 끝까지 내 할 말을 다 했으니까.
그리고 기사는 운전하는 동안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듣길래, 나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그렇지만 노래는 딱 한 곡만 듣고, 쑤저우로 오는 동안 계속 중국을 구경했다.
난 사실, 중국에서 별로 살고 싶진 않았다. 계속 유럽에 있고 싶어했고, 그렇지만 그곳에서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았고, 결국 가능성이 있는 선택지는 아시아였기 때문에 눈을 좀 다른 데로 돌리자고 스스로 타협을 한 후에도 이왕이면 싱가포르나 홍콩(물론 이쪽도 중국이긴 하지만)을 원했다. 그렇지만 기회는 결국 중국쪽에서 왔고, 너무 오래 망설이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이 기회를 잡은 것에 대해 지금은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물론 난, 이곳에서 별로 행복해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난 행복이라는 감정하고는 별로 친하지 않으니까 그렇다 해도 괜찮다. 그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곳에서 최소 2년은 살 만큼 이곳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그리고, 그 후에 이곳을 떠날 때도,
4년 전에 살던 집의 보증금을 빼 아일랜드로 훌쩍 떠나기로 한 것이 내가 살면서 한 선택 중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서울에서의 익숙하고 편리한 삶 대신 다시 또 이 미지의 도시로 떠나오기로 한 이 선택 역시 아주 멋진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잘 지내보자. 쑤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