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6. 둘째날
쑤저우에 도착했을 땐, 내가 짐을 끌고 온 것인지 짐이 나를 끌고 온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짐들을 제대로 풀 곳을 찾을 때까진 행복해질 자신이 없었다. 혼자서 집을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건 그나마 축복이었다. 민아씨는 오늘 볼 집을 세 군데 알아보았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이 없으면 내일 또 볼 집이 두 군데 더 있다고 했으니까.
그렇지만 아침에 호텔에서 나오며, 나는 다짐을 했다.
“오늘 안으로 무조건 집을 정할 거예요.”
하루이틀 더 호텔에서 자도 괜찮다고, 민아씨가 나를 달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에요. 오늘 본 집 세 군데 중에 무조건 한 곳을 정해서 거기서 살 거예요.”
라고 말이다.
사실 난 더 이상은 그 짐들을 끌고 여기저기 다니고 싶지 않았다.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 아니라도 좋으니, 내 짐들을 풀어놓을 곳이 필요했고 당장 나에게 그 안락함을 준다면 얼마쯤 못난 집이라도 기꺼이 어여삐 여겨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 두 번째 집에 도착했을 때, 남은 집은 더 볼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서는 순간,
“우와, 이 집은 너무 좋은데요?”
라는 말이 절로 나왔으니까. 물론 처음 내가 한달 방세로 예상했던 것보다는 1000위안이나 더 비쌌다. 그래서 잠깐 망설였지만. 더 돌아보았자, 그래서 더 저렴한 가격의 집을 발견해 보았자, 결국 이 집이 눈에 밟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이곳에서 살기로. 뭐 어차피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비싼 집을 고르는 건 한국에서건 아일랜드에서건 늘 해왔던 일이니까.
그렇게 해서 짐을 풀게 된 내 집. 침실과 욕실도 마음에 들지만, 그 두 곳은 좀 더 사적인 공간이니까.
이렇게 말끔해 보여도 사실 구석구석 지저분한 곳이 많다. 게다가 사진에 찍히지 않은, 현관 앞에는 지금부터 풀어야 할 짐이 두 가득.
그래도 도착한 지 하루만에 집을 찾고 계약까지 끝낸 건 장한 일이다. 한동안 쑤저우에서의 시간은 빨리 흐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