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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7. 2021
바다의 복싱선수 : 향유고래(Sperm whale)
어릴 때 먹던 '고래밥 과자' 속 고래를 기억하는가?
그 과자의 모델이 된 고래가 바로 향유고래다.
향유고래는 이빨고래류 중 가장 큰 종으로 전 세계 바다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거대한 몸집과 이빨로 훌륭한 사냥실력을 자랑하며, 심해의 대왕오징어나 대형어류를 잡아먹는다.
박치기 선수?
향유고래의 머리는 뭉툭한 '복싱 글러브'처럼 생겼다.
이들의 머리에는 밀랍이 가득 찬 '경뇌유 기관'이라는 장치가 달려있는데, 평상시 이 기관의 밀랍은 액체상태로 향유고래의 초음파를 증폭시키는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밀랍의 온도를 떨어뜨려 고체화시키게 되면 단단한 무기로 돌변한다고.
실제로 향유고래는 단단한 밀랍으로 강화한 머리를 주된 공격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머리복싱'을 통해 포경 범선을 침몰시킨 과거의 사례도 전해지고 있다.
가장 깊이 잠수하는 고래?
향유고래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90여 종의 고래 중 가장 깊이 잠수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수심 2250m까지 잠수한 것이 기록되어있다.
이처럼 깊고 오래 잠수할 수 있는 향유고래의 생물학적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못했다.
단지, 폐의 크기가 작고 잠수 시 공기를 거의 흡입하지 않기 때문에 압력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인간이 풀지 못한 심해잠수의 비밀을 향유고래가 품고 있는 셈이다.
향유고래는 서서 잔다?
인스타그램에 향유고래를 검색해보면 수면 근처의 얕은 물에서 머리가 위를 향한 상태로 꼿꼿이 서있는 듯한 향유고래 무리의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왜 이러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는 향유고래가 수면에 들 때 취하는 행동이다.
머리 왼쪽 앞에 치우친 향유고래의 독특한 비강 구조 때문인데, 수면 중 호흡의 용이성을 위해 이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유고래는 다른 이빨고래류와는 다르게 뇌의 전체가 잠에 드는 수면 패턴을 가지는 대신, 아주 짧은 시간만 잠을 잔다. 조사 결과 하루 중 2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만을 수면에 할애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유고래가 지구가열화를 막아주고 있다?
향유고래는 지방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몸에 엄청난 양의 Co2를 보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대기 중의 Co2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향유고래가 매일 엄청나게 배출하는 똥도 지구온난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는 향유고래의 똥에 들어있는 철 성분 때문인데, 철 성분이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식을 유발하기 때문. 이로 인해 증가한 식물성 플랑크톤은 활발하게 광합성을 수행하며 대기 중 Co2 양 감소에 기여하게 된다.
향유고래의 똥이 바다의 로또라고?
간혹 어떤 사람이 바다에서 뭔가를 주웠는데 엄청난 돈을 벌게 되었다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주운 게 뭐냐면, 향유고래의 똥이다.
우리나라에서 '용연향'이라고 불리는 향유고래의 똥은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값비싼 향수의 원료로 사용된다. 실제로 냄새를 맡아보면 독특한 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아래 사진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해변을 거닐 기회가 생겼을 때 한번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