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초등학교 Elternabend
Das sage ich euch nicht!
네가 입학한 후에 한참을 우리에게 했던 말이야.
"엄마, 아빠한테 말 안 할 거야."
하교 후 우리가 쏟아내는 질문에
너는 이렇게 답하곤 했지.
나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았는데
너는 말해 주는 게 거의 없었어.
우리가 물어보면 웃으면 저렇게 말하고
입을 꾹 닫는 네 모습에
엄청 답답했어.
Elternabend(부모모임)을 엄청 기다렸다. 아이는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았다. 자기만 아는 비밀 세상을 우리에게 숨기는 것이 재미있는 것처럼 마음속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궁금한, 독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나는 남편보다 더 했다. 그렇게 기다려 갔던 Elternabend!
첫 학교 첫 부모모임이니 엄마, 아빠 둘 다 온 경우가 많았다. 20명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모여 아이들만큼 신기하게 아이들이 앉는 의자도 쓸어 보고, 책도 들쳐 보면서 아직은 낯선 서로에게 눈웃음을 보내면서.
시작은 작은 활동이었다. 사는 방향별로 무리 지어 서 보기도 하고, 아이의 생일 순서로대로 서 보기도 했다. 그 덕분에 아이 반에 여름에 태어난 아이가 많다는 것, 우리 집과 같은 방향에 어떤 아이가 사는지 알 수 있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회의록을 대신 써 주는 부모 한 명을 정하고, 담임 선생님과 보육교사, 음악, 미술, 종교 선생님들의 소개가 있었다.
선생님 앞에 아이들처럼 둥글게 앉아 이야기를 듣는 모습, 누구의 엄마라고 하면서 자기 이름을 같이 이야기하는 모습, Waldmaus(들쥐)반에 맞춰 아이들의 모든 캐릭터가 숲 속 동물인 것, 그래서 아이들의 모든 파일에 자기 캐릭터가 붙어 있는 것, 그걸 진지하게 설명하는 선생님 그리고 그걸 진지하게 듣는 우리.
이 시간에는 나의 아이보다 모두의 아이들이 지켜야 할 것들을 들었다. 그래서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주면 좋은지 알려 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부모와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 학교 일정 사이사이 무슨 일을 할지 조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에게 학교는 아이가 여기 사회를 배우는 곳이자 내가 여기 사회를 만나는 곳이다. 나는 아이의 학교에서 진짜 여기 사람으로 하나하나 경험하며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계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아이 없이 이곳에 살며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일하면서도 나는 어른인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유치원을 다니고, 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씩 이들의 삶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리고 학교란 무엇인가 생각한다.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아이와 학교를 다시 다니며 이런 생각이 든다.
글자 하나하나를 손으로 쓰고 그 소리값을 익히며, 그것이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는 이치를 깨달으며 세상의 소리를 남길 수 있는 걸 발견하는 것, 그래서 남겨진 누군가의 소리를 읽고 나의 생각을 보태보는 것을 연습하는 중이라는 것.
어떤 숫자가 있는지, 그래서 그 숫자들이 우리 주변에 달과 날들로, 시간으로, 그리고 돈으로 어떻게 엮여 있는지 이해하면서 사람들이 한 약속의 이유들을 생각해 보는 것, 왜 12달이 1년이 되는지, 왜 하루가 24시간인지, 왜 분은 60분까지 있는지 질문하고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그런 것들을 어른에게 듣고 물어보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알아가면서 어제는 생각하지 않은 것을 오늘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시간을 지키는 일,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구분하는 것, 그리고 무언가 같이 계획하고 만들어 내고 그리고 서로에게 한 실수들을 고치는 것이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래서 사람 사이의 다름을 알아가며 나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배우는 거라고. 낯선 사람과 시간과 장소를 나누며 서로 깊어지는 사이가 되는 거라고.
무언가를 더 많이, 빨리 알게 해 주는 곳이 아니라 남들과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나누는 곳이라는 것을, 그것을 충분히 겪어내고 살아내야 온전히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학교는 그런 것을 천천히 충분히 연습할
수 있게 해 주는 곳이라는 것을.
그래서 아이는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는 걸까.
자기가 발견한 학교가 이렇게 대단한 곳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