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축구클럽을 시작하면 생기는 일
네가 운동을 즐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네가 친구 L이 축구 클럽에 간다고 너도 가고 싶다 했을 때 반가웠어. 하지만 내가 거기에서 보낼 시간이 내키지 않았어. 그래도 네가 하고 싶다면!
그렇게 시작한 너의 축구 클럽
축구는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엄마와
축구 근처에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아빠 사이에서
너는 축구를 하는 아이가 되었지.
그래서 축구공을 제대로 차 본 적도 없던 너는
90분 훈련을 하면 50분쯤부터 트레이너에게
더는 못한다고 쫓아다니며 뛰었어.
손을 운동복 주머니에 넣고 뛰기도 했지.
축구를 잘 못하는 걸 넌 알고 있었어.
그런데 네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
같이 하고 싶은 친구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기쁜 것,
지난 훈련에서는 안 되던 것이 오늘은 할 수 있어서 스스로를 멋있게 생각하는 것, 그냥 그곳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온몸이 땀으로 젖으며 뛰는 순간
훈련이 끝나면 클럽 아이들과 어깨 동무하고
너희 팀 구호를 외치며 마치는 순간
다른 클럽과 주말에 하는 경기에서 실수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그러다 기뻐하기도 하는 그 순간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이 순간들
이제는 나도 그 순간들을 즐기고 있지.
운동을 못하는 나는 운동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둔한 몸을 놀리는 것이 부끄러워 늘 힘들게 시작한 운동을 오래 하지 못했다.
친구 L의 엄마 제니를 만나 L이 다니는 축구클럽을 물어보고 제니의 소개로 등록하기까지 일주일! 다행히 이 클럽은 테스트가 없었다. 축구를 배우려 가는 클럽에 미리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도 내게는 문화 충격, 그만큼 아이가 간 클럽은 편, 안, 한 분위기였다. 어찌 보면 6살 남자아이들의 공놀이일 뿐.
나는 아이 덕분에 제니와 친해졌다. 세 아이 엄마인 제니, L은 막둥이다. 막둥이가 하고 싶다면 다 해 주는 그도 역시.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 90분, 그냥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까웠던 우리는 카페도 가고 마트도 가다가 운동장 둘레를 달리기로 했다.
제니가 있으니 달리게 되었다. 달리면서 아이 숙제부터 저녁거리 고민, 직장 이야기, 서로 살아온 과거의 시간들까지 아이들과 같이 우리도 점점 친구가 되어갔다.
그리고 제니를 통해 축구클럽 부모들과 가까워지는 법도 배웠다. 특히 토요일 아이들의 미니 시합은 부모도 하나의 팀으로 만든다. 그렇게 주말을 몇 번 보내면 나름 서로가 끈끈해진다.
축구와는 거리가 멀던 우리는 아이가 연습용으로 입을 축구복을 사러 매장에 가서는 다 똑같은 디자인인 티셔츠와 바지를 고르고 고른다. 빨간색 티셔츠에 검은 바지 괜찮지? 여기 녹색도 예쁘다 그렇게 열심히 색을 조합하다가 한참을 웃었다. 색만 다른 반바지와 티셔츠 10장을 들고서.
공만 있으면 축구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던 내가 축구화, 정강이보호대, 축구 양말, 골키퍼 장갑에 워밍업복을 매장에서 하나씩 사면서
아이가 아니면 절대 오지 않을, 절대 모를 이 세계에
푹 빠져 든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같이 웃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전혀 모르던 세계가 나에게도 특별한 곳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은 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냥 부딪혀서 즐기는 것, 몸을 움직이면 그것 하나로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것, 그래서 자주 하면 할수록 좋다는 것을
또 마음으로, 내 몸으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