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하는 힘

물건은 제자리에, 숙제는 바로바로

by 단단한 이

너와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지

네가 벗은 옷을 정리하기까지.

네가 학교 숙제를 하게 하기까지.


일주일에 선생님이 숙제라고 주는 건

A4 1쪽이었는데 너는 그걸 하기가 정말 힘들었지.

오늘은 여기까지, 하루에 조금씩이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


너에게 화를 내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내가 네 이름을 부르면 네가 했던 말

"엄마 왜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 거야?"

너도 느꼈었나 봐. 네가 숙제를 할 때 내 마음을.



학교 갈 준비를 하는 것, 학교에 다녀와서 정리하는 것, 숙제를 잊지 않고 하는 것 모두 스스로 하게 하고 싶었다. 실은 내가 잔소리를 하며 못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아이는 1주일에 A4 1쪽의 숙제도 힘들어했다. 아직 글씨를 작게, 줄에 맞춰, 칸에 맞춰 쓰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아이가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아이를 보는 내 눈이 뾰족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가 하는 말, 왜 자신에게 친절하게 말하지 않느냐는 말. 내가 아이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다시 떠올리게 한다.


나는 무슨 일을 미루고 안 하는 내가 밉다. 그렇게 자기 관리를 못 하는 내가 싫다. 나에게 쓸데없는 일인데도 해야 할 일은 미루고 그것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힘들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너는 나처럼 하지 말라고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은 나를 다그치는 것.

왜 제대로 하지 않니? 그게 아니잖아.

그렇게밖에 못하니? 계획한 건 지켜야지.

누가 너한테 그렇게 하라고 했니?

내 마음이 나에게 하는 말로 아이를 나처럼 보고 있었다. 아이는 나와 다른 사람임을 참 쉽게 잊는다.


아이에게 다시 말하고 싶다.

엄마도 제 자리에 물건 두는 걸 잊을 때가 많아.

엄마도 정리는 나중에 하고 먼저 쉬고 싶어.

엄마도 할 일보다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야.

그런데 우리 같이 연습해 보자.


내일을 준비하는 것, 오늘을 정리하는 것,

나를 키우기 위해 내가 배워야 하는 것,

그것들을 미루지 않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

우리 그거 같이 연습해 보자.


사람이 무엇을 꾸준히 하는 것이 대단한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안다. 매일 할 일을 묵묵히 이어나가는 힘, 바로 아이가 그걸 했으면 하는 거다. 그러나 마흔이 넘은 나도 하지 못하는 걸, 아이에게 당장 해내라고 하는 것은 내 욕심이다. 어려운 일이니 같이 하자고, 나도 지금까지 안 되는 것인데 우리 그래도 해 보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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