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너

by 단단한 이

교회학교 한국어 시간에 읽어 준 동화책


편찮으신 할아버지가 아이 집에 와서 머물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동화였는데, 건강하셨던 할아버지와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아이의 분노가 그려진 장면이 있었지.

네 교회친구들 4명과 같이 앉아 듣고 있던 너는

이야기를 듣다가 다른 친구들이 볼까 봐 얼른 눈물을 닦았어. 나는 속으로 조금 놀랐고 네 마음이 어떨까 그려져서 코가 찡했지.


네가 태어나고 너에게는 항상 편찮으신 분이었어. 그분이 만드신 작은 세계가 있었지. 독일 도시 사람들이 가꾸는 작은 텃밭 Garten. 운동 겸 소일거리 겸 늘 다니셨던 그곳.

넌 할아버지 Garten에서 낮잠도 자고, 할아버지가 키우신 딸기도 따 먹고 맨발로 돌아다니다 벌에 쏘이기도 했지. 무더운 여름 평상에 앉아 할아버지와 바둑판에서 바둑알 놀이도 하고 말이야.


봄이 찾아오던 어느 날, 마지막날도 그곳에 가셨었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그날, 울고 있는 나에게 네가 그랬지. "엄마, 슬퍼? 왜 슬퍼? 할아버지는 하나님 나라에 가신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지. 어른들이 인사드린 그 순간, 너는 그 응급실 간호사 선생님이랑 시간을 보냈는데 나중에 아주 나중에 네가 고백했지.

"난 할아버지 봤어. 발을 보고 인사했어."


너는 알고 있었지. 그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거. 그리고 마음에 사진처럼 찍어 놓았지.

그리고 가끔 우리에게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툭툭 꺼냈지. 그럼 우리 모두 다 같이 그래 그랬지 하는 순간이 찾아와.


너는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냈지. 네가 그렇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할아버지가 보낸 시간들이 얼마나 가득했는지 상상할 수 있어.


동화를 들으며 너는 할아버지가 많이 생각났다고 했어. "우리 할아버지도 아프고 말하는 게 이상했어. 그런데 엄마, 할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가 있어."


나 역시 아버님을 처음 뵈었을 때부터 편찮으신 모습이었다. 점점 대화가 되지 않았고, 숫자를 헷갈려 말하실 때가 많았다.

그래도 우리에게 아이가 오지 않을 때 그래서 내가 절망할 때 아무 말 없이 우리 뒤에 계셔 주셨다. 우리에게 아이가 와 함께 하게 되었을 때 그때도 우리 뒤에 계셔 주셨다. 늘 같은 자리에 오래된 나무로 우리 가족을 보고 계셨다.

아이에게는 말없이 아이가 이끄는 대로 뒤따라 돌봐 주셨다. 아이는 할아버지와 무언가 조용히 했다. 우리는 그런 할아버지를 아이가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었다. 그리고 아이가 어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까 무서웠다.


할아버지 없이 가는 할아버지 Garten에서 아이는 할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따라 한다. 할아버지가 소중히 여긴 아빠가 그렸던 태극기, 할아버지의 오래된 전자계산기, 할아버지가 쓰던 알람시계를 무심한 듯 가져와 제 방에 두었다.


누군가 떠났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남았다.

아이는 떠난 이가 이 세상에 한 것들을 잊지 않는다.

아이는 지금도 자신에게 준 마음을 여전히 느낀다.

아이 옆에서 나도 나에게 주신 그 마음을, 그 시간을

아껴 꺼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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