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은 것

- 뒤늦게 깨닫는 사람의, 엄마사람 관찰기

by 단단한 이

2023년 3월 16일

평소 호흡기가 약한 아이였다고 생각했다.


남편 없이 아이와 둘만 간, 첫 한국여행이었다.

가족 모두 오랜만에 떠난 강원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던 여행이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

나는 아이의 운동화를 들고 대학 병원 심폐소생실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엄마로 서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내가 잘못한 것이.

아무 표정 없이 서 있는 내게

의사는 다급하게 아이가 얼마나 위급한지 이야기했다.

아이의 발을 쓰다듬으며 의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날 그곳을 잊지 못한다.


아이는 급성 천식성 발작


그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엄마였다.

어떤 말도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직 코로나의 여파가 남아있던 시절,

아이는 혼자 중환자실에서 이틀을 보냈다.


낯선 곳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던 아이는

이틀 만에 만난 나에게 힘없이 웃어 주었다.

그때 아이가 내 손을 다시 잡은 순간


그렇게 일반 병실에서 보낸 일주일,

산소마스크에 침대에만 묶여 있던

아이의 발에 다시 운동화를 신기던 순간


봄날의 꽃들이

아이와 함께 다시 살아 움직이던 그 순간


내가 생각한 것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그것 하나였다.


내가 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순간에 함께 할 수 있는 선물을

받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곳에 그 순간들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한 사람이 내게 와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나는 불쑥불쑥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 시간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어떻게 당연한가.

잊지 않기 위해 쓴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의식하며 살기 위해

그래서 쓴다.


이건 그래서

한 사람으로,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

누군가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뒤늦은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