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세우는 일

친구와 친구가 아닌 아이를 구분하는 법

by 단단한 이

네가 4살 때 동네 놀이터에 놀러 가면 이렇게 말했지

"저기 친구들이 있네 우리 같이 놀자고 하자."

그럼 너는 뚱하게 보고 있다가 혼자 놀았어.


네가 학교에 가서도 다른 아이가 주변에 있으면

"저기 친구는..."

그런데 그때마다 네가 이렇게 말했지

"엄마 저 아이는 친구 아니야. 누구인지 몰라 "

그건 너희 반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였어.


너는 아주 오래전부터 네 친구와 네 주변 아이를

나누었지. 나는 그게 잘 이해가 안 됐어

나는 그냥 내 주변 아이들은 다 친구라고 불렀거든


네가 Hort에서 어떤 아이랑 재미있게 놀길래 또 "아까 같이 논 친구는 이름이 뭐야?"라고 물으니

한숨을 쉬며 "엄마, 아직 친구 아니야. 오늘 한 번 놀았어. 이름은 잊어버렸어 "


며칠 뒤, 또 그 아이와 놀고 있어서 내가 눈짓했더니

웃으며 네가 한 말

"응, 이제 우리 친구 하기로 했어. 이 친구는 B야."


아무에게나 친구라고 부르던 나는 깜짝 놀랐어. 네가 친구라는 사람으로 부르는 건 특별한 거구나. 아무나에게 너의 친구 자리를 주지 않는구나.




아이를 여기에서 키우면서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아주 일찍부터 혼자 노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였다. 가끔 자기 방문을 닫고 놀기도 해서 걱정했던 적도 있었다.


동네 놀이터든 공원이든 다른 아이들이 옆에 있으면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 그중에 붙임성 있는 아이가 와서 말을 걸어도 뚱한 표정으로 자기 놀이를 했다


그런데 학교 입학 며칠 후 아이에게 저렇게 친구가 되는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기준은 참 여러 겹이라 자기의 친구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오래 걸릴 때가 많다는 것도 말이다.


처음에는 속으로 같이 놀아 주고 옆에 있는 아이면 모두 친구가 아닌가, 다른 아이들은 모두 내 아이 이름을 불러 주고 친근하게 대해 주는데 왜 이름도 기억 못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가 누구를 친구로 부르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내 옆에 있다는 이유로 마음을 잘 내주었다. 우리는 같은 반이니까, 우리는 같은 과니까, 우리는 같은 학교니까, 우리는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까 이러면서 말이다. 함부로 친구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나를 상처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서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그 묶음을 끊어내지 못했었다. 나를 친구라고 부르면서 나도 그들을 친구라고 부르면서 우리는 서로 괴로울 때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다른 아이를 친구로 만드는 것은 두 번, 세 번 그렇게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 아이와 놀 때 즐거운가, 내가 좋아하는 걸 진짜 같이 좋아하나, 나와 놀 때 우리가 정한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가, 혹시 갈등이 생겨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 수 있는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가 이런 물음과 물음에 대답하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나이가 들어 친구를 만드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 않다 생각했다. 여기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않으니 겉으로만 친절하고 마음을 터 놓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그런데 원래 친구 사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내가 함부로 누구나 다 내 친구라 부르면서 나의 세계를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가 아닌 사람을 친구로 부르면서 그에게 상처받았다 하고 원망하고 미워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친구라고 부르고 싶은, 내가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선택할 권리, 그게 나에게 있다는 것. 그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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