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서는 너를 보며
요즘 너와 교문 앞에서 헤어진다
교문을 거쳐 운동장을 지나
교실을 찾아가는 네 뒷모습을 보며
우리 없이 네가 만나는 세계가 낯설게 느껴진다
이제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중이다.
우리의 아이만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가진 한 인간이 되어가는 중이다.
너는 혼자 걸어가면서 어떤 마음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학교 앞에서 만난 선생님께
너무나 밝게 인사하는 너
AG로 영어를 하고 싶다고 친구 E를 꼬셔 놓은 너
알파벳을 쓰는 것, 숫자를 100까지 세는 것
밤마다 조금씩 자기가 생각한 것을 만들어 보는 것
우리와 같이 가던 동네 도서관을
선생님과 다녀오면서 신났던 너
비가 오는 날 현장학습을 가는데
비옷을 입지 않아 곤란했던 너
다음에는 비옷을 챙겨야 한다고 말하는 너
네가 점점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중이라는 걸
새삼 오늘 더 깨달았다.
너는 이제 우리 아이가 아니라
진짜 너구나,
너란 사람이구나
네 옆에서 너란 사람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가
볼 수 있는 이 행운에 참 감사하고 감사하다.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서는 것을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이미 스스로 서 있던 존재였다.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일 뿐.
나는 그와 조금 더 끌어안고 볼을 비비며 사랑을 느끼고 싶은데 이제 그의 친구들 앞에서 함부로 그를 그렇게 안으면 안 된다. 그의 옷을 골라주고 신발을 신겨 주며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싶은데 이것도 이제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그가 공부하는 교실로 들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놀고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가득한 것도 참아야 한다.
그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얼굴로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 지내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알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그가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만큼만 알려주고 싶은 만큼만 들을 수밖에 없고 알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내가 아이로부터 독립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배워서, 읽어서 그래서 머리로 아는 것과
살면서, 겪으면서 그래서 마음으로 알아가는 것은
또 이렇게 다르다.
아이가 혼자 하려는 것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아이의 세계에서 내가 작아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내가 해야 할 첫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