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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Nov 10. 2024

“제 이름을 왜 물어보세요? “

룰루레몬에서 게스트의 이름을 물어보는 이유

“총 2벌 입어보실까요?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김민지(가명) 요.”

“민지 님?! 네~ 문 조심하세요.”


피팅룸으로 옷을 입으러 들어오는 게스트를 밝게 맞이했다. 체구가 왜소하지만 깜찍한 그녀는 다소 신나 보였다.


피팅룸 문을 닫고 보드마카로 #2, MJ, Groove blk S라고 적었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 옆방에서 나온 게스트와 대화를 나눴다. 무전으로 창고에 있는 팀원에게 재고를 요청했고, 마음에 쏙 든 제품을 찾은 게스트를 계산대로 안내했다.


이윽고 나는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민지 님, 사이즈 어떠세요?”


그리고 몇 초 뒤, 그녀가 나왔다. 친구처럼 보이는 일행도 모였다. 함께 핏을 확인했고 비교하기 위해 2번째 바지도 입어보았다.


부드러운 촉감에 감탄했지만 그녀에게 다소 긴 기장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매장에 있는 다른 바지들도 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5분 즘 지났을까.

새로운 바지 2벌을 들고 다시 피팅룸 입구로 왔다. 사용했던 방을 다시 안내하며 방문을 닫아주려는데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근데요.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왜 이름을 물어보는 거예요? “


당황하려는 찰나 대답했다.

“친해지고 싶어서요. 문 앞에 적어놓게요.”



맞다.

나 역시 그랬다.

게스트로서 룰루레몬 스토어에 처음 갔던 날.

마음에 드는 원피스 2벌을 들고 피팅룸 입구에서 서성였다. 키 큰 남자 에듀케이터가 나를 반갑게 맞이했고 방을 안내하며 이름을 물었다.


‘스타벅스처럼 이름을 물어보네? 신기하다.‘


해외에 있는 스타벅스에서는 음료를 주문할 때 손님의 이름을 물어본다. 음료가 완성되면 컵에 이름을 적고 호명한다. 이를 듣고 픽업대로 와서 바리스타가 건네는 음료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손님과 바리스타 사이는 여러 차례 연결된다. 차츰 관계가 쌓인다.


룰루레몬도 마찬가지다.

에듀케이터는 게스트에게 이름을 물어보며 경계의 벽을 허문다. 이름을 부르며 ‘커넥션’이 이뤄진다. 룰루레몬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5개 중 하나가 여기에 해당된다.


친해지고 싶다는 나의 말에

그녀는 이름을 다시 알려줬다.


“그럼 Sophie라고 적어주세요. “

“Sophie? 좋아요!”


Sophie가 방문을 열고 나왔을 때, 우리 둘은 한층 가까워졌다. 어떤 운동을 하는지, 이번에 입은 바지의 촉감은 어떤지를 묻고, 제품의 특징을 세심하게 설명했다.


마침 매장에서 리드미컬한 템포에 음악이 나왔다. 룰루레몬 브랜드 경험이 처음이라는 그녀는 눈에서 하트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신이 난 Sophie는 마치 EDM 페스티벌에 온냥 그루브를 탔다. 그 상황이 웃겼지만 나도 춤을 추며 화답했다. 두 명의 ENFP가 만나니 시트콤이 따로 없었다.


그녀와 함께 온 다른 여성 게스트들의 핏 체크와 결제 안내를 끝으로 댄스신고식은 마무리되었다. 계산대로 향하며 Sophie의 룰루레몬 첫 경험이 즐겁고 재밌고 특별하길 바랐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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