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6주 (17)

갈치 30마리와 송어회

by Baraka

해가 떠오르자마자 정사장님과 유사장님 내외분은 이른 아침으로 누룽지를 끓여 드시고 바다로 나가고 숙소에는 우리와 선배네 만 남아 있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도 애틀랜타처럼 햇볕이 강해서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다. 방갈로 입장료는 한 사람당 2달러이지만 낚시를 하는 이들에게는 하루종일(오전 6시부터 저녁 10시 30분) 13달러라고 한다. 우리가 오전 10시 30분쯤에 바다 위에 우뚝 서있는 방갈로에 도착하니 사장님 두내외분은 방갈로 끝부분에서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아이스 박스 안을 확인해 보니 이미 성깔이 급한 갈치 열대마리가 은빛 몸매를 자랑하며 기절해 있었다. 어떤 낚싯대에는 새우와 갈치가 먹잇감으로 끼워져 있었으나 정사장님은 물고기를 유혹하는 일명 가짜 미끼를 사용하고 있었다. 바다에서 갈치를 낚아 오르는 사람들은 오직 우리 팀이 내린 낚싯대에서 만 잡혔다. 그 외 사람들은 정말이지 세월을 낚듯이 깊고 깊은 바닷속을 넓고 넓은 바다를 하염없이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목적 없이 그냥 아닌 어쩜 그네들은 인내와 기다림을 몸소 배우고 있는지 중인지도 모른다.


머리 위에선 해가 지글지글 타오르고 바다는 고요하고 바람조차 낮게 불어오는 한낮은 정말이지 뜨겁고 지루했다. 낚시 맛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늘에 앉아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아이스박스에 챙겨 나온 음료수를 홀짝거리며 마시기도 하고 예의상 챙겨 온 책을 펼쳐보기 하고 민망한 나머지 고개를 살며시 숙이곤 낮잠에 빠지기도 했다. 유사장님께서는 지루해하는 우리 가족에게 방갈로 아래가 시원하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신발을 벗어재키고 고운 모래를 밟고 긴바지를 걷어 올리곤 파도가 몰고 온 물살을 느낀다. 방갈로를 우뚝 새운 통나무를 등받이로 삼고 마른 모래 위에 엉덩이를 묻고는 온몸에 힘을 빼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살며시 눈을 감아본다. 비릿한 냄새가 하나도 안나는 바다다. 그만큼 물이 깨끗하다는 것이리라. 우리 가족이 오후 1시쯤 숙소에 도착하니 오전 내내 잡은 갈치 30마리를 정사장님 아내와 유사장님 아내분이 바싹 튀겨 놓았다. 그네들은 남편들을 위해서 점심도시락을 후다닥 싸가지고 다시 낚시터로 나갔다. 점심으로 신선한 갈치 튀김으로 배부르게 실컷 먹었다. 완전히 신선놀이 중이다.


낚시터를 자기 집처럼 들어오고 나가는 중년의 한국 남자분이 큰 송어를 잡았다면서 우리 팀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사실은 두 명의 사모님들이 점심도시락을 싸면서 그분 것까지 챙겨가신 거다. 야식으로는 송어회와 회무침을 먹었다. 민물송어는 들어는 봤으나 바다 송어는 처음 보고 맛보았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 아니겠는가. 시원한 숙소에서 신선한 바다음식을 먹으면서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눈다는 것이 여행의 기쁨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들은 조용한 성품인 유사장님이 알코올의 힘을 빌려 말하는 농담 속에서 진담을 발견한다. 나는 그에게서 소극적인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취중진담을 하는 그의 모습이 다 이해가 되었다.


다음날 우리 팀은 하루 종일 숙소에서 쉬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진중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을 먹은 후에는 모두 다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낚시터로 향했다. 유사장님의 취중진담에 '다 함께'라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사장님 두 분집에서 챙겨 온 낚싯대 9개를 바다에 내리고 4시간 동안 물고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우리 옆에서 갈치를 낚아 오르는 사람은 중국사람인 것 같았는데 잘도 잡았다. 내가 그에게 갈치를 몇 마리를 잡았냐고 물어보니 17마리뿐이었다. 그만큼 갈치 시즌이 아님에도 어제 우리 팀이 잡은 갈치는 거의 50마리쯤 된다는 것은 아마도 케냐에서 온 우리에게 신께서 신선한 갈치 맛을 보여주기 위한 특별보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나는 우리든 옆사람이든 갈치가 잡힐 때마다 크게 환호했다. 그리고 우리가 갈치를 잡아 올리면 주둥이를 뺀치로 잡아서 하늘을 향해 번쩍 들어 올린다. 주위 사람들이 그것을 보려고 다가오면 팬서비스를 하는 연예인처럼 갈치와 입맞춤을 하듯이 포즈를 취해 본다. 사람들은 나의 모습이 꽤나 웃기는지 까르륵거리며 웃었다. 나는 역시 MBTI에서 ENFP인가 보다.


3박 4일의 휴가가 끝나고 우린 다시 애틀랜타로 돌아가기 위해서 김치를 넣은 콩나물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쌌다. 애틀랜타로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10시다. 중간지점에서 그 유명하다는 휴게소의 스테이크 햄버거를 점심을 먹었는데 유사장님 사모님이 즐거이 섬기시고 오후 5시엔 '한인타운 109번 소공동 순두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선배 사모임이 대접을 해주셨다. 식당 문을 나서기 바로 전에 정사님의 아내분이 딸아이에게 케냐에 갈 때 필요한 것을 사가지고 가라면서 용돈을 챙겨주신다. 한국의 정서가 미국의 한인들에게도 여전히 흐르고 있다.


은갈치 납시오
송어회 무침과 송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