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18)

호수가 있는 집

by Baraka

안식월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5주를 보내는 동안에 우리 가족은 인원이 채 20명이 안 되는 작은 교회를 다녔다. 지난주 일요일에는 거의 만평이 넘는 숲 속 안에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전원주택에서 야외예배를 했다. 하이웨이로 약 30분간 달려간 한적한 마을, 언덕 너머에 있는 호수를 지나 약간 비탈진 곳에 위치한 집에 도착한다. 집만 한채 덩그러니 있을 줄 알았는데 본채옆쪽엔 나무로 지어진 커다란 창고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큰 트랙터가 지나갈 만큼 꽤나 넓은 오솔길 위에 아기 주먹보다 큰 솔방울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그 주위로 일명 일본산이라는 칡넝쿨이 온통 나무를 뒤덮었다. 처음 미국사람들이 칡넝쿨을 심은 이유는 도로가 비탈길에 흙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심었는데 뿌리가 너무 깊게 내리는 바람에 지금은 큰 문젯거리가 된다고 한다. 이 넓은 땅은 어디서부터 숲이 시작점이고 끝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땅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마치 이곳은 내가 유년시절에 성장한 울타리가 없었던 집 같아서 포근함이 느껴졌다. 주인장이 이곳 이름을 아기 예수가 태어난 곳을 따라 '베들레헴'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베들레헴에는 우리보다 일찍 도착한 칠십이 넘는 남매분이 베베큐 그릴에 부지런히 고기를 굽고 있었다. 그중에 누나이신 분은 '아사도'라는 음식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선배로부터 들었었다. 그녀는 전날 3시간 넘게 큰 소갈비에 붙어있는 기름을 제거하고 밑간을 해놓았다고 한다. 당일날 아침엔 유리조각처럼 투명한 소금으로 두툼한 소갈비에를 마사지하면서 부지런히 두 손을 움직이셨다. 남매분들은 아주 어렸을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다가 오래전에 미국으로 넘어와서 정착을 했다고 한다. 팔십을 바라보는 그녀는 간호사인 딸과 함께 살면서 11살이 된 외손녀를 3개월 때부터 키웠고 지금도 아르바이트로 바느질과 미싱을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참으로 열심히 사시는 분이셨다. 우리는 1시간 동안 예배를 하고 아르헨티나의 '아사도'라는 소고기 숯불고기와 몇몇 분이 준비해 온 감자샐러드와 야채샐러드, 김치, 아스파라거스 조림과 양파볶음을 뷔페처럼 차려 놓고 점심으로 먹었다. 별장 같은 집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면서 편안하게 교제를 하다가 한분께서 미국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진솔한 말을 꺼내는 바람에 분위기가 숙연해졌으나 소망적이었다. 우리들은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5주간 짧게나마 미국에서 만난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살짝 엿보고 느낀 것이 있다면 그네들은 노년까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성경에서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씀처럼 많은 한인들은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애틀랜타에서 우리가 5주간 적어도 한 번은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은 사람들은 20여 명쯤 된다. 그들 대부분은 중산층의 사람들이다. 이민 1세대들의 사람들은 고된 삶을 살고 계셨으나 20년이라는 고생 끝에 집을 사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손주를 보신 분들도 있지만 60십대 중반에도 여전히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부지런한 삶에 진정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곳은 70십이 넘는 사람들도 건강만 허락되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생각일 뿐이지만 1주일 밖에 머물지 않은 독일하고는 너무나도 분위기가 다른 미국이다.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은 이곳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원이 도저히 파악이 안 될 만큼의 이민자들 중에는 불법체류자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서 합법적인 경제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영주권을 받아야지만 정상적인 월급을 받거나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미국 본토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나 취업비자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 분들은 신분의 변화를 위해서 치열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한인들 사이에서 일명 '노예계약'이라는 한이 서려있는 단어가 있다. 한 사람이 고용된 사업체에서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 값싼 월급을 받거나 고용주에게 갑질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을 노예계약이라고 한다. 그 신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숱한 수모와 어려움을 견뎌낸 한인들의 모습에서 나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이을 본다.

생에 처음으로 방문한 미국에서 나는, 이민자들의 안정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을 발견한 반면 어둡고 고뇌스러운 삶을 바라보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라는 과제를 나 스스로에 던진다.


호수가 언덕에 있는 집
집 앞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