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찬란한 크리스마스

성탄절이 명절인 나라

by Baraka

Merry Christmas~

케냐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민족 대이동의 날이다. 마치 한국의 구정과 추석처럼 말이다.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고향 방문을 위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휴가를 몰아 쓰기도 한다. 약 1주일에서 열흘 휴가를 받은 사람들은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가슴 설레며 손꼽아 이 날을 기다렸을 것이다. 나이로비에서 바닷가 몸바사까지 5시간 걸리는 기차도 한 달 전부터 자리 예약이 끝났다. 시외버스 차비가 두배로 뛰니 서민들의 마음은 착잡할 것이다.

선교 센터에 살던 일명 독수리 오 형제들도 부모님의 집과 친척집을 방문하러 다들 떠났다. 시끌벅적하던 센터가 휑하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설렘은 오미크론 바이러스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몇 주 전부터 모든 경찰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부에서는 코로나 백신 카드가 없는 사람들 이동을 제한시켰고 경찰에게 연말에는 치안이 안 좋으니 크리스마스 휴가를 반납하라고 했다. 하지만 케냐 사람들은 도둑보다 경찰을 더 무서워하는 눈치다. 연말이면 경찰들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경찰은 달리는 차를 붙잡아 세워 요목조목 조사를 하고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벌금을 뜯어 낸다. 물론 벌금은 정부가 아닌 자신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케냐에서는 경찰 하면 돈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각인되어 버렸다.

케냐에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급증을 하고 있다. 정부는 만 15살까지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곳도 가짜 뉴스가 퍼지다 보니 백신을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여성들이 백신 맞기를 꺼리는 이유는 불임이 된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다. 백신을 반대하는 교회 목사들은 믿음으로 코로나 19를 이겨나가자고 선동까지 한다. 코로나 19가 여전하지만 적도가 지나가는 케냐에서는 가족에게 향한 마음을 멈출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코끝이 차가워지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케냐는 연말이 다가오면 올 수록 해는 쨍쨍한데 말이다.



1988년 겨울이었을 것이다. 그해 겨울은 많이 춥고 많은 눈이 내렸다. 교회를 다닌 지 한해 밖에 안된 나는 교회의 성탄절 행사가 마냥 기다려졌다. 성탄절 전야제는 모든 교인들이 교회에 모여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시간을 갖는 축제의 시간이다. 유치부부터 청년들까지 노래와 율동과 연극을 두 달 동안이나 준비를 한다. 24일은 행사가 저녁 7시 30분에 시작을 해서 10시 30분쯤 끝나지만 곧바로 각 기관끼리 모여 선물을 교환하며 재미난 게임의 시간을 가진다. 25일 새벽 3시가 되면 교회 어르신들과 청년, 청소년들이 모여 조을 나누어 성도의 집을 방문한다. 6~7명의 한조가 된 팀은 집 앞에서 조용히 캐럴송을 부르고 축복을 빌어 주었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말이 끝나기 무섭게 힘이 좋은 학생이 큰 자루를 들고 앞으로 가면 주인은 준비해 놓은 선물을 자루 안에 살며시 넣어주었다. 새벽송이 끝나면 자루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 주일학교와 학생부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선물을 포장했다. 자루물건은 단연코 초코파이와 사탕 그리고 귤이 많았다. 먹거리와 물건이 귀한 시절이었기에 새벽송 선물은 온 교인들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



신발 밑으로 '뽀드득'하고 밟히던 눈 소리. 흰 눈이 길을 비추워 주었던 성탄절 새벽에 나는 친구들과 하하 호호거리며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많이 나누었을까?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그날 그 자리에 행복, 기쁨, 풍성함... 이 세상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작은 천국이 임했던 것은 분명하다.

지금 쯤 고향 집에 도착한 독수리 오 형제들은 나이로비에서 준비한 선물을 가족 친척들과 나누며 가슴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을 먹으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릴 것이다.

며칠 동안 내리던 비로 앞마당의 잔디는 초록으로 더 짙어지고 있다. 새롭게 자라 오른 연푸른 잎사귀는 케냐의 크리스마스는 초록이라고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하얀 눈 대신 햇볕이 쨍쨍한 나라에서 우리 식구 다섯, 모래알처럼 반짝거리며 집콕 크리스마스를 즐겨 보련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둘째가 만든 케익~케냐 이웃에게 선물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