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병원

이런 일은 처음

by Baraka

카랜 허브의 메인 거리에는 화려하게 크고 작은 황금 종이 매달려 있었다. 아직 성탄절 노래가 흘러나오지는 않았지만 제법 분위기가 멋스러웠다. 짐라인이 설치된 2층은 푸른 숲의 경치가 아름다웠다.

금요일 오후, 햇볕은 따스했고 몰은 한가로웠다. 그 여유로움을 맛보기도 전에 오른쪽 팔이 따끔할 정도로 아팠다. 벌에 쏘였나 싶어서 벗어놓은 잠바를 들추어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곤충과 벌레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려오는 팔을 들여다보니 금방 빨갛게 부어올랐다. 저녁 내내 통증은 더 심해지고 열까지 나면서 퉁퉁 부어올랐지만 별일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잠을 자는 동안에 팔이 간지러우면 슬쩍 긁다가 버물리를 발랐다.

아침에 팔을 확인해 보니 군데군데에 물집이 올라왔다. 열이 나는 팔은 터질 듯 빵빵했다.

한글학교를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겉옷으로 잠바를 걸쳤지만 팔이 뜨겁고 부어서 소매를 걷어 올려야 만 했다.


재) 케냐 한글학교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행사는 스티커 시장이다. 한 학기에 1번 종강쯤에 스티커 시장이 열린다. 교사들은 먹거리로는 떡볶이와 어묵과 호떡을 준비했고 학부모들은 닭강정과 과일, 쿠기, 과자, 빵과 음료수를 찬조해 주셨다. 물건은 한국과 케냐에서 구입한 학용품과 장난감과 젤리 종류를 전시해 놓았다. 아이들에게 15주 동안 모은 스티커를 장난감 돈으로 바꾸어 준다. 케냐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한국 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날이기도 하다.

나는 건물 4층과 2층을 오가며 점점 팔이 부어오르는 것을 눈치재지 못했지만 가려움을 참아내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몇몇의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내 손을 보더니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정작 아픈 사람인 내가 괜찮아질 것 같다고 말하자 S라는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권유를 해서 병원으로 향했다.

한글학교 스티커 시장

병원은 한국의 가정의학과와 비슷한 곳이다. 등록 절차는 순조로웠고 기본적인 검사 만을 했다. 마침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의사를 금방 만날 수 있었다. 의사는 주사와 먹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케냐의 대학병원이나 나름 이름이 있는 병원은 보통 3시간을 기다려야지만 의사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처음 방문한 AAR이라는 병원은 모든 일이 비교적 빨랐다.

주사실에 앉아있는데 남자 간호사가 들어왔다. 그는 나와 S가 한국인인 줄 알고 월드컵과 손흥민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간호사가 투명한 봉지 안에서 주사기를 꺼내 드는 순간 덜컥 겁이 나버렸다. 주삿바늘이 너무 굵었기 때문이다. 생각도 잠시, 순식간에 팔 안으로 액체가 들어가면서 주사 맞은 자리가 뻐근하고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병원 한쪽에 약국이 있어서 약을 받으려고 서 있는 동안 머리가 멍했다. S에게 약을 대신 타 달라며 부탁을 하고는 의자에 앉았지만 현기증은 계속 일어나고 귀에서 소리까지 나더니 속이 울렁거렸다. 찬바람을 쐬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병원 앞에 있는 난간에 잠시 기대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리가 풀리면서 주위가 빙글빙글 돌았다. 옆으로 쓰러지려는 찰나 간호사와 S가 뛰어나와서 부축했다. 목 뒤로 땀이 쏟아지고 귀에서 여전히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질질 끌리다시피 해서 주사실로 옮겨졌다. 침대에 눕자 의사와 간호사가 긴장을 했는지 내 이름을 계속 불렀다.

"영, Are you ok?"

"Yes, I... am... ok."

몇 번이나 다시 그들은 내 이름을 부르며 상태를 확인했다. 20분쯤 쉬고 나니 현기증과 이명과 땀이 가라앉았다.

주사 맞은 다음날

지금껏 케냐에 살면서 많은 벌레에게 물려봤지만 이런 증상은 처음이다.

'주사도 처음 맞았는데 기절까지 할 뻔했으니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으리라.'

여러 생각이 오가며 마음이 불안했지만 S의 도움으로 곧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는 영어도 잘할 뿐 아니라 꼼꼼해서 내 대신 의료진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봐 주었다. 병원을 나와서는 한글학교 교사들이 미팅을 하고 있는 장소까지 친절하게 데려다주었다.

갑자기 나이로비에서 병원에 가던 날, S가 옆에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병원비 12만원 정도 예상했는데 다행이도 한국돈 6만원이 안되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