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하는 돼지고기 앞다리와 어깨살을 사 왔다.
냉동실에서 말린 귤껍질과 자투리 사과, 토마토, 망고, 당근, 바질과 자두 그리고 마른 고추를 꺼냈다.
바나나 청을 축출한 찌꺼기도 찾아냈다.
보라색 양파를 반으로 가르고 된장과 통후추와 인스턴트커피까지 냄비에 넣었다.
된장과 달큼한 과일 냄새가 뒤섞여 집안으로 퍼졌다.
프로모션으로 구입한 6천 원짜리 케이크에는
생크림만 살짝 얹어 있었다.
생크림 위에 포도를 한 알 한알 올리고
색색으로 M&M 초콜릿과
하리보 곰돌이 젤리와
오레오로 군데군데 장식을 했다.
오늘은 딸아이 만 15살 이다.
때마침 바닷가 몸바사에서 20시간 만에
생선박스가 도착을 했다.
한국인이 애호하는 오징어다.
한 동안 오징어 시즌이 아니라 먹을 수 없었다.
꼼꼼히 포장된 박스를 가위로 자르고
두 손에 힘을 실어 포장지를 찢었다.
오징어의 맑은 살을 보니 신선함 그 자체였다.
오징어가 비릿한 바다 냄새를 품고
스테인리스 볼에 쏟아져 내렸다.
꽁꽁 언 오징어를 다시 냉동고에 집어넣었다.
6개월은 먹을 만큼 넉넉한 양을 주문했다.
싱싱한 놈을 골라 내장을 가르고 껍질을 벗겼다.
채을 쳐 한가닥을 입 안으로 쏙 넣으니
대한민국 동해바다가 온몸에 넘실거린다.
삶아 낸 수육과 오징어 회로 생일상을 차렸다.
그럴싸한 케이크에 초를 붙이고
박수를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소박한 밥상에 딸은 행복해한다.
제대로 된 케이크 한번 준비를 못했지만
아이들은 불평 없이 자랐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안다.
100일을 갓 넘기고 케냐로 온 둘째 아이는
만 2살 때 이마가 찢어져 꿰매고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했지만
아프리카가 고향이라는 것이
인생에 큰 자산이 되길
나는 간절히 기도한다.
딸아, 생일 축하하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