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한 마리가 이웃집 아저씨 손에 끌려간다
힘 좋은 두 명의 젊은이가 뒤 따른다
저녁 만찬으로 숯불 위에 올라갈 흑염소가
죽음을 예감한 듯 '음메 헴, 음메 헴'
슬피 울부짖는다
11년 전에 떠났던 스승이 제자들을 만나러 왔다
초창기에 선배는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새싹이 올라오는 수고를 했고
후배는 새싹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새들을 쫓으며 돌보는 일을 했다
곡식을 심은자와 수확한 자가 기뻐하는 자리다
오늘은 개척자를 위한 후배와 제자들이 준비한 만찬의 날이다
차들이 한 대, 두 대 레스토랑 안으로 올라온다
엄마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은
굵은 쌍 커플과 숱 많은 속 눈 섶, 검은 피부에 이마가 예쁘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잔디밭 테이블 위에 음료수와 카춘바리, 각종 과일과 야채 볶음, 케냐의 주식인 우갈리(옥수수로 만든 케냐 주식)와 마살라 밥이 차려졌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잔디밭을 가르며
입안 가득 비스킷을 넣고 해맑게 웃는다
숯불이 달아올랐다
어르신 손에 끌려갔던 염소가 검은 가죽을 벗고
속살을 드러내며 새빨간 숯불에 올려졌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냄새가 정원 가득 퍼져간다
오늘은 축제의 날이다
만찬이 시작되었다
케냐 문화에서는 음식을 먹기 전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한다
오순도순 모여 앉아 염소 고기를 먹으며
추억을 노래하듯 담소를 나누는 얼굴들이
불 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난다
대학생 때 만났던 어린 청년들이
어느새 30대 초반 그리고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변호사, 사업가, 엔지니어, 교사, 회계사,
은행 지점장 그리고 어떤 이는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케냐 스왈리로 '무제' 어르신이 된 것이다
쉴 새 없이 아이들은 잔디밭에 고기를 씹으며 뛰어다닌다
갓난아이의 엄마는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며
자신의 입에도 한가득 음식을 넣는다
다들 눈에 웃음이 가득하다
만찬의 자리에 천국이 임했다
파티가 끝나고
차들이 비탈길을 내려간다
유난히 나를 따르던 아가
내 품에 다시 안긴다
천국은 어린아이 같은 이가 갈 수 있다고 했던가?
만찬이 끝난 정원에 홀로 앉았다
마음이 고요하다
큰 평화가 임했다
선배의 얼굴에도
잔잔히 미소가 퍼졌다
토마토와 양파가 주 재료인 카춘바리 샐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