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살포시 내리던 날
아버지는 동네 초상집에 가시더니
며칠 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의 한숨은 깊어져 만 갔다
한 밤중에 엄마가 겉옷을 걸치자
잠귀가 밝은 어린 딸은 눈을 비벼 뜨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엄마 뒤를 따라나선다
세상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모녀가 도착한 대문 앞에는
환한 전등불이 켜져 있었고
엄마는 신발이 어수선하게 놓여있는
방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사람들 사이에 화투장을 잡고 계신 아버지
엄마는 비틀비틀 걷는 남편을 앞세웠다
줄레줄레 엄마 뒤를 쫓던 아이의 눈에는
달빛보다 더 환한 엄마의 등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