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거시기로 통한다

by Bora

PC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화면에 가득 찬 작은 글씨를

미간을 좁히며 훑어본다

아프리카 땅에서

열손가락하고 다섯 손가락을

더하는 햇수를 살았건만

해가 갈수록 영어도 안되고

현지어도 안되고

이젠 모국어까지 버벅거린다

그나마

영어의 'This one'처럼

한국어의 '거시기'가 있으니

다행 중 다행이다

"거시기가 쬐게 거시기하네"

전주에서 오셨다는 노부부의

대화를 엿들으며

참 거시기했었는데

그 지역 사람이 아닌 나조차

거시가가 참 정겹다


요즘 100세 인생이라는데

머릿속이 강정이 되어 간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뭐라도 해볼까 싶어서

영어 책을 뒤적거리다가

스왈리어 노트를 펼쳐보다가

다시 PC화면으로 눈을 돌린다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슬쩍 스마트폰으로 손이

짤로 708090 시대의

강변대학가요제 수상곡이 올라온다

청명한 목소리와 노래가사가

눈물겹게 아름다워서

거시기가 참 거시기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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