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소를 잡는 날은 한 번도 빠짐없이 술에 취해서 집에 오셨는데 푸짐하게 해장국에 밥을 먹는 자식들을 보며 많이도 뿌듯하셨을 것이다. 특별히 겨울에는 가마솥 가득 끓인 해장국은 며칠이고 삼시 세끼의 식사가 되곤 했다. 우거지와 선지와 내장 그리고 우거지가 들어간 해장국은 청소년기를 보내는 세명의 오빠들과 막내인 나에게 최고의 음식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추억의 음식이 되어버린 가마솥 우거지 해장국을 아직도 3남 1녀의 남매들은 좋아한다.
가끔씩 케냐에서 한국어르신들을 만나면 타국에서 살면 살수록 어렸을 때부터 먹고 자란 음식이 그립다고 하신다. 나 또한 나이가 50십을 넘어가니 그 말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해 주신 음식은 더하다. 입맛도 회춘을 하나보다.
지난해 여름, 한국을 잠시방문했었다. 아산의 지중해 마을이라는 곳에서 다섯 식구가 머물렀다. 인근에 있는 먹자골목에서 순댓국과 해장국이라는 간판을 발견하자 입에 침이 고였다. 나의 입맛을 닮은 세 아이들 또한 국밥을 좋아하기에 그곳에 머무는 동안 순댓국과 해장국을 자주 먹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식당에서 사 먹는 해장국에는 우거지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노년의 아버지를 위해서는 식당에서 사 온 해장국을 집으로 갔다 드리는 맛있다며 밥을 말아 드셨다. 부모님은 나이가 들어서 밥양이 줄었다며 1인분의 해장국을 점심과 저녁으로 두 번에 걸쳐 드셨다.
아프리카 케냐의 한 자락에서 살아가는 나는, 엄마가 큰 가마솥에서 끓여주셨던 우거지해장국을 준비한다. 나이로비 타운에 위치한 시티마켓이라는 곳에서 직접 사 온 신선한 곱창과 천엽을 밀가루를 묻혀서 박박 문지르고 소금으로 다시 한번 깨끗이 씻어낸다. 음식용 가스압력밥솥에 말려둔 귤껍질과 생강과 원두커피를 넣고 그 위에 소고기 허벅지 살과 내장을 넣고 20분간 삶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