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라에는 삶아서 얼려놓았던 우거지를 꺼내 놓고 서양 파와 고사리, 토란대, 콩나물을 준비하고 불려놓은 표고버섯과 양파를 썰고 알싸한 로칼 마늘을 빻아 놓는다. 양념은 친정부모님이 농사지은 붉은 고춧가루와 볶은 천일염, 태국에서 온 피시소스, 집간장, 생강가루, 후춧가루, 다시다와 케냐 로칼 매운 고추이다. 마지막으로 삶아낸 곱창과 천엽과 소고기를 썰어서 양념재료와 함께 무쳐준다.
내가 국요리를 할 때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재료는 육수다. 육수재료는 무와 양배추, 당근, 단호박, 매운 고추, 파뿌리, 멸치나 새우머리, 다시마, 표고버섯, 사과, 양파, 마늘과 생강이다. 무가 없을 경우에는 무말랭이를 넣기도 한다. 특별히 양을 많이 잡고 끓이는 내장탕이나 육개장에는 반드시 육수를 사용한다.
미리 불에 달군 웍에 식용유와 참기름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가스불을 끄고는 고춧가루를 넣어서 고춧기름을 낸다. 고춧기름을 다른 커다란 솥에 붓고 미리 양념한 재료를 넣어가며 다시 골고루 묻혀준다. 솥에 육수를 쏟아붓고 1시간쯤 국을 끓여가며 간을 맞춘다. 국맛이 제법 괜찮으면 가스불을 끄고 식힌 후에는 빈통으로 옮겨 담아 냉동고에서 얼린다. 얼린 우거지 해장국은 이웃들과 나눌 것이다. 우리 집 부엌에서 한 달에 한번 끓이는 해장국은 이웃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날이기도 하다. 음식을 이웃들에게 나누는 것은 친정엄마의 모습을 닮았다. 팔순이 한참 넘은 엄마는 지금도 봄날이면 쑥을 캐서 삶아서는 냉동고에 얼려 놓으셨다가 누군가가 쑥개떡이 먹고 싶다면 한여름에도 쑥떡을 후다닥 만들어 내신다. 뿐만 아니라 엄마표 집된장과 간장과 고추장을 먹고 싶다면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노년의 삶이 외롭지 않으시다.
케냐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리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모두를 챙길 수는 없지만 함께 소통하며 소소한 정을 나누는 이들과 음식을 나누는 것은 위로가 된다.
정성으로 끓인 우거지 해장국은 몸이 아픈 친구와 김치 한번 안 담아 본 새댁, 엄마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이와 향수병으로 힘들어하는 분에게 보낸다. 빈통마다 우거지 해장국을 채우다 보면 커다란 냄비가 금세 동이 난다.
나는 오늘도 삶아 얼려놓은 우거지를 냉동고에서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