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씨를 뿌려 키웠던 토마토에서는 큰 수확을 얻지 못했다. 땅을 갈아엎고 두엄을 주곤 근대와 케일 씨를 뿌렸다. 그 사이사이로 스스로 자란 방울토마토에 꽤나 많은 열매가 달렸다.
텃밭 안을 이리저리 다니며 차요태의 작은 열매를 속아 주고 케일과 근대와 쑥이 얼마나 자랐는지 살핀다. 작고 노란 꽃이 가득 핀 토마토를 스마트 폰으로 찍는데 초록 잎사귀에 사뿐히 올라앉은 하얀 휴지 조각이 보인다. 어젯밤에 바람이 세차게 불었기에 어디에선가 휴지가 날아왔나 싶었다.
스마튼 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하얀 물체를 가만가만 지켜보니 초록 잎사귀가 흔들거린다. 앗, 카멜레온이다.
밤 동안, 하얀색 페인트 통에 빠졌었나 아님 젖은 휴지 속을 뒹굴었나 싶어서 두 눈 크게 뜨고 쳐다보니 슬금슬금 줄기 아래쪽으로 몸을 움직인다. 무지개 색으로 변신하는 카멜레온은 여러 차례 보았으나 허물을 벗는 모습은 처음이다.
그 모습이 부끄러웠던지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카멜레온, 나의 아들도 아주 먼 나라에서 앳된 모습을 벗고 있는 중이란다. 부모 품을 떠나서 대학생활을 막 시작한 아들이 건장한 청년으로 태어나고 있단다.
언젠가 허물을 다 벗고 나서 케냐에 오기라도 하면 우리, 그를 반갑게 맞아 주자꾸나.
허물 벗는 카멜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