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쳤을지도 모른다.

by 흔들리는 민들레



`혹시 내가 미친 게 아닐까?

나는 비정상이고 저들이 정상 아닐까?'



관계 속에서 마찰이 반복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문제 유발자는 언제나 나데 이유는 친정엄마의 요구를 거절하는 쪽이 나이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그녀의 불쌍함(?)에 대한 수습은 남편 쪽에서 루어지기 때문이다.

연락을 취해오는 것은 9할이 그녀고 주요 용건은 반찬을 해 놓았으니 가져가라던가, 삼촌들과 이모의 근황이라든가, 몸이 어디가 아프시다던가, 혹은 주변에 누가 돌아가셔서 속상하시다던가, 혹은 아이들과 내 옷을 사놓았으니 가져가라고 하시던가, 혹은 지방에 계시는 나와는 아버지가 다른 그녀의 아드님의 승진 소식이라던가 등등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이런 모습들이 너무나 힘이 든다. 왜일까?



그녀가 반찬이나 옷을 사놓으셨을 때엔 가져갈 때까지 전화를 하시고, 삼촌들과 이모의 근황을 말씀하실 때엔 내가 그들에게 더 살갑고 다정하게 굴어야 한다고 요구하신다. 몸이 아프실 때에는 나의 시간이나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으로 함께 동반하기를 요구하시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 성의가 없다고 비난하신다.

옷을 사셨다고 하실 때는 내가 평상시에 입고 다니는 옷이 누가 거저 줘도 절대 입지 못할 옷들이라는 평론을 곁들이시며 내 취향에 대한 격한 의구심을 드러내시고 지방에 계시는 그녀 아드님의 승진 소식을 말씀하실 때는 그분의 엄마인 본인이 기쁘신 것보다 내게 더 좋은 일이라고 하시는데 이유는, 피부 치인 내게 금전적인 도움 또는 명예적인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녀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내게 남편은 말한다. 그러는 거 아니라고, 부모님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거 아니라고, 그러다가 돌아가시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할 거라고,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냐고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겠느냐고, 되도록 다 들어드리라고, 저렇게 작은 몸집을 가진 분이 혼자서 너를 기르느라 얼마나 힘드셨겠느냐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겠느냐고...

나는 불효자식이다.



살아오며 늘 존재의 타당성을 의심해왔다.

많은 시간들 동안 나는 왜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느라 고심해야 했고 지금도 역시 자주 그런 질문들과 주한다.

내 안에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어 하는 폭력성과 자신에 대한 수치심이 부유하고 있기에 나를 파괴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게 통제해야만 한다.

내 인생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만한 부정적인 충동들이 많은 것을 스스로 알고 있고 그것 역시 잘 지켜보고 있다.

내 안에는 왜 그런 요소들이 있는 걸까?

나는 왜 나를 파괴하고 싶고, 자신에 대해 수치심을 가지고 있고, 더불어 주변인들에게 죄책감을 가지는 걸까? 왜 그 감정들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괴로워 몸부림치는 것일까?

왜 그럴까? 무엇이 그토록 나의 존재를 의심하게 한 것일까?



저 아이가 저렇게 된 것은 당신 때문이라고 하시며

남편 앞에서 눈물을 보이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저렇게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녀의 눈물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나로서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진짜 나의 모습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러므로 나는 그녀의 지속적인 부정 속에서 자라났다.



" 밖에 나가 그런 행동 하면 아비 없어 그런단 소리 듣는다. "

" 네가 집 한 채라도 해주고 시집을 갔더라면 내가 이 고생을 안 했겠지. "

" 삼촌들이랑 이모한테 살갑게 잘 대하면 니 대학이라도 보내줬을 텐데 너는 왜 그렇게 굴지 않니? 지금이라도 잘하면 엄마 면이 서지 않겠니?"

" 이사도 하고 했으니 삼촌들 불러서 밥도 해드리고 하면 삼촌들이 얼마나 기특해하겠니? "

" ㅇㅇ(지방에 있는 아들)가 먼 길을 왔는데 네가 손수 밥해서 대접을 하지 않고 성의 없게 식당에서 밥을 사니? 걔는 안 그러는데 너는 그렇게 성의가 없어! "

" 그런 옷은 도대체 어디서 사 입는 거니? 나이가 몇인데 아직 옷도 제대로 못 고르니? "

" 애들 음식은 잘해 먹이는 거니? "



그녀는 정말로 내가 그녀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그녀의 말은 진심일까?

그녀는 전화를 걸어 그녀가 원하는 내가 되라고 요구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녀는 나의 거절을 비난하고, 남편도 나의 거절을 비난한다.

나는 홀로 남겨지고 두 사람은 내게 비난의 눈빛을 보낸다.

어쩌면 그들이 정상일지도 모른다.

내가 관계 부적응자 인지도 모른다.

원래 진짜 미친 사람은 자기가 미쳤다는 것을 모르니까. 그래서 나는 진짜로 미쳤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