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풍경은 흘러간다

by 흔들리는 민들레








하늘이 참 맑은 날이었다.

차창 밖으로 연둣빛 나무들이 보였고 폭신한 잔디가 보였다. 맑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흘러가고 먼 산 풀들은 초록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창밖의 봄은 내가 지나온 길로 흘러갔다.












어버이날 기념으로 조금 이른 외식을 가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시댁 식구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점심을 먹었다. 안부를 나누고 선물을 나누며 맛있는 차 한잔을 했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정에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친정에 연락을 안 한지 넉 달 쯤이 지났다. 엄마와의 통화는 유해하기 때문에 안 한 것도 있었지만, 엄마 역시 전처럼 자주 전화를 하시진 않는다. 그런데 그날 오후 엄마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 이모가 그러는데, 요 근처에 빌라가 하나 나왔다네. 방 두 개 짜리라는데 일억이면 싼 거라고 살까 말까 고민하던데, 그거 네가 대출받아 사면 안 되겠니? 그래서 내가 살다 죽으면 그때는 집값이 오를 테니까, 네가 팔면 되고. 나이 먹어 이리저리 이사 다니는 것도 이제 힘들다..





거절 후, 어버이날에 식당을 예약해놨다고 말하고 끊으며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 그녀 존재의 방식이구나.라는 것이었다.

친정엄마의 무리한 요구들을 들으며 사는 것은 참 힘들었다. 아무리 해도 만족이란 것은 절대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죄책감 때문에 슬프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자기만의 생존 방식이 있다.

그것은 그녀의 방식이었다. 이제 그녀라는 존재는 내게 창밖에 흘러가는 풍경 되었다. 모든 풍경이 아름답거나 모든 풍경이 척박한 것은 아니다. 풍경은 그저 풍경일 뿐이다. 창밖의 풍경이 스쳐가듯, 풍경은 속도와 시간에 따라 흘러가고 나는 그곳에 잠시 머문다. 삶이 그렇고 관계가 그렇다. 모든 것은 그저 위치일 뿐이다.